"5개 법안, 법사위 5일 숙려기간 거쳐야"
여야가 '마라톤 협상' 끝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연계시켜 경제활성화-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일부를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본회의 처리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
앞서 여야는 2일 새벽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관광진흥법,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인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일명 남양유업법)과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안 등 5개 법안을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5개 법안에 대해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는 법안임을 지적하며 "국회법 59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양당 원내대표를 향해 "다시 협의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여야가 일괄 합의한 5개 법안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국제의료사업지원법),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관광진흥법), 정무위원회(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보건복지위원회(모자보건법), 환경노동위(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에 각각 계류되어 심사 중에 있다.
이 위원장은 이들 법안이 상임위 심사 통과를 하지 않은 점과 국회 법사위의 심사를 위한 '5일 숙려기간' 준수를 지키지 않은 점(국회법 59조 위반)을 지적했다.
국회법 59조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률은 5일간의 기간을 거친 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사안에 따라 여야 합의가 있으면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원장은 법사위 숙려기간을 무시한 여야의 전격합의에 대해 "(예산안과) 관련 없는 것들을 묶어 처리하는 것은 '떨이'식, '우격다짐'식, 맞바꿔 먹는 이런 행태는 극복해야할 구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국회 스스로 실정법과 품격을 훼손하는 행태는 극복돼야 하고 시정돼야한다. 법사위원장으로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국회법 59조는 법안 심의에 있어 졸속과 부실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제가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식-비공식적으로 각 상임위에 공문을 보내고 각 당 원내대표에게도 이야기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양당 교섭단체가 심야 합의에서 국회법 59조를 명백히 위반했다. 법사위원장이 법을 위반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여야 합의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이런 잘못된 행태는 제동을 걸어야하고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제동을 걸어야하고 시정돼야 한다"며 "졸속과 부실을 일삼고 법에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하는 행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더욱이 정기국회가 9일까지 예정되어 있는데 오늘 각 상임위가 숙고해서 의결하면 5일 숙려기간을 지켜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유독 이 5개 법안을 느닷없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하면 법사위는 법위반행위에 가담할 수 없다. 국회는 실체적 정의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여야 합의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