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이 화두다"…국세청 '3트랙' 비리 척결 전략

개청 50주년을 맞아 올해를 '청렴세정의 원년'으로 삼은 국세청이 조직의 청렴성 제고를 위한 빠르면서도 강단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세공무원→세무대리인→납세자'로 이어지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금품을 수수한 국세공무원은 물론, 국세공무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이는 등 전방위적 대책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예고했던 세무대리인에 대한 처벌 수위 역시 크게 강화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세무대리인도 국세청의 입장에서 보면 또 하나의 납세자이기 때문에 (금품제공)납세자에게 새롭게 적용되는 처벌 규정을 세무대리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세청 "김영란법, 우린 먼저 시행합니다"

우선 국세청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을 자체적으로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김영란법이 아직 적용되지는 않지만 내부규정 수정을 통해 국세공무원들에게 선제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내부지침에 의해 국세공무원이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하거나 국세공무원의 배우자가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사실을 해당 국세공무원이 알고 있다 적발된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까지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한해 고발 조치를 취했으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요구가 높아질 것을 대비, 선제적으로 내부지침을 강화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타 정부기관에 비해 유독(?) 청렴성 저해요인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국세청 조직의 특성을 감안, 김영란법의 목적인 반부패에 대한 인식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단도리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 1회계연도 300만원 초과 금품수수시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 골자. 이번 지침 역시 김영란법과 마찬가지로 1회100만원 1회계연도 300만원 초과로 한도가 설정됐다.

국세청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법에 세부적이 변경이 있을 경우 이에 맞춰 내부 규정을 고쳐가며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세청은 횡령금액이 200만원 이상인 경우, 전액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예외 없이 고발하는 내부 규정도 신설했다. 지난해 있었던 서인천 세무서 8급 직원이 벌인 희대의 부정환급 및 횡령사건이 조직 내부의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만들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자, '3만원'짜리 밥사다 '세무조사' 받는다

최근 국세청의 비리척결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품수수 유인을 제공하는 원천이나 다름없는 사업자(납세자)에 대한 제재 강화다.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한 사업자에게 국세청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세무조사'를 꺼내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의적인 세무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세금탈루 혐의'라는 제어장치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뚜렷한 세금탈루 혐의가 없어도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만 드러나면 무조건 세무조사 대상이 된다. 

이미 관련 법(국세기본법)이 개정,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된 상황이다. 

문제는 금품향응 제공에 대한 범위.

가령 공직자윤리 강령에 따라 사업자가 국세공무원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을 경우에도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명확하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다소 가혹하게 인식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한 경우에도 개정 국세기본법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될 경우 해당 사업자에 대한 신상 등 내역이 조사부서로 통보, 엄정한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대리인, 더 강하게 옥죈다

세무대리인의 비리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는 지난해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금품수수 등으로 적발되어 등록이 취소된 세무대리인은 향후 5년 동안 세무대리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최근 발표한 올해 국세행정 운용방안을 통해 지난해 마련된 비정상적 세무대리 행위 근절 방안의 후속조치로 법령개정, 세부지침 마련, 실태 점검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정상적 세무대리행위 근절방안은 세무대리인의 징계기준 강화, 위임장 관리 강화 및 청탁유도 대리인에 대한 신고제도 등이다.

여기에 더해 국세청은 올해부터 세무대리인의 징계이력을 전산 관리해 불성실 세무대리인에 대한 각종 위원회 활동 배제, 표창 제외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세청 조사팀 직원과 세무대리인 등과의 학연, 지연 등 사적관계 신고가 의무화된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세무대리인 역시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할 경우 개정 국세기본법에 의해 사업자와 똑같이 세무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대리인도 넓은 범주에서 보면 사업자이기 때문에 개정 국세기본법의 적용된다. 탈루 혐의가 없어도 금품을 제공하는 세무대리인 역시 발각될 경우 세무조사가 실시된다"며 "앞으로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는 만큼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의 비리 행위에 대한 징계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