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보리·맥아 할당관세 적용배제로 일반관세 30%
국산 맥주 경쟁력 추락…수입맥주 시장점유율 급증
◆…자료:관세청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농산물 원재료에 고율의 관세를 부가해 고가 사치품보다 4배 가까운 고율의 관세를 물게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국산 농산물 원재료의 공급이 충분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요량에 턱도 없이 부족한 공급량으로 외국산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고율의 관세는 고스란히 생산비에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 규정으로 제조업체가 유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맥주 원료로 사용되는 맥주보리와 맥아이다. 이들 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율 적용을 배제함에 따라 국산맥주업체들은 30%의 수입관세를 물고 있다.
원재료 관세가 완제품 보다 2~3배 놓은 기형적 세율구조
이는 사치품인 고가 핸드백이 부담하는 관세율 8%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관세율이다. 더구나 이들 원재료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완제품 수입맥주보다도 2~3배 높은 기형적인 세율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수입맥주에 비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경쟁대상인 완제품 수입맥주들이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를 물지 않게 됨에 따라 국산맥주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산 맥주의 경우 수입관세가 올해 8.5%에서 내년에는 4.2%로 낮아진 다음 2018년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수입량이 가장 많은 유럽연합 제품도 올해 7월부터 7.5%, 내년에는 3.7%를 적용한 뒤 2018년에는 무관세로 수입되고 최근 급속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중국산 역시 FTA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세법 제71조 '원활한 물자수급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물품의 수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지난 2007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맥주보리는 평균 10.88%, 맥아는 11.25%의 할당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정부는 맥주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거나 국내 맥주보리의 수급상황이 특별히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관세율 30%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맥주보리 및 맥아에 대한 관세율을 보면 할당관세율이 적용된 2012년에는 0%였지만 2013년 상반기에는 8%로, 그리고 그해 하반기는 25%가 된 다음 2014년 하반기부터는 30%를 적용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고율의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 맥주보리 구매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국산 맥주보리 생산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전남과 제주도 일부지역에 재배가 한정되는 까닭에 맥주보리(조곡기준)의 국내 생산량은 2014년 2만2963톤, 지난해 2만5733톤에 그쳤다.
이는 2014년과 2015년 수입된 맥주보리 물량 4만5464톤과 4만2201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량이다. 맥아 수입량 24만5834톤과 23만5484톤까지 감안할 경우에는 국산 원재료의 생산량이 수요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업계관계자는 “국내 생산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가격이 너무 높고 품질이 떨어진다”며 “품질을 앞세운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맥아의 수입이 불가피대도 일반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현재의 일반 관세율 30%도 긴급조치라고 할 수 있는 TRQ(시장접근물량)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허용물량을 초과할 경우 맥주보리와 맥아에 대해 징벌적 수준인 각각 513%, 269%의 양허관세를 물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기획재정부가 시장접근물량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양허관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맥아의 원료가 되는 맥주보리의 시장접근물량은 2014년 4만1000톤, 2015년 4만3000톤이 책정됐고 그나마 올해는 지난해 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3만9000톤으로 줄었다.
직접 맥주 제조 원료로 사용하는 맥아도 2014년 26만톤, 지난해에는 25만톤이었으나 올해에는 22만2000톤으로 감소했다. 이는 국내 맥주 제조사들이 배정된 물량도 소화하지 못할 만큼 생산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이 대폭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할당관세 적용이 배제된 맥주제조사들이 이들 원료를 수입하는데 부담한 관세는 2014년 467억원, 2013년 405억원, 2014년 495억원, 2015년 494억원 등 4년간 186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완제품 맥주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부담하지 않는 비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할당관세가 적용된 2007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맥주보리 및 맥아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1.2%로 맥주 수입증가율(반기 비교)역시 비슷한 주순인 평균 10.81%였지만 할당관세 폐지로 일반관세율 30%가 적용된 2014년 하반기 이후 수입 증가율은 23.66%로 2배를 넘었다.
맥주보리 맥아 할당관세 적용 재개 요구 묵살
원료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담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공교롭게도 할당관세 적용 폐지와 맞물려 수입 맥주들의 시장점유율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국내 맥주 제조사들이 수입하는 맥주보리와 맥아에 대한 관세율이 높아지면서 제조원가도 함께 상승한 결과 가격 탄력성이 낮아지고 당국의 규제로 할인판매까지 제한 받으면서 수입맥주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맥주 제조업체 관계자는 “고가 사치품도 아닌 서민용 주류 제조 원재료인 맥주보리와 맥아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2015년부터 재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국내 제조 맥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할당관세 추천 물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할당관세도 다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