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현대중공업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3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전달했다. 하나은행은 하루만인 지난 1일 이 자구안에 대해 잠정 승인 확정 통보를 했다.
자구안에는 하이투자증권 매각, 투자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 및 부동산 매각, 지게차, 태양광, 로봇 부문 분사,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아웃소싱 확대,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날 조세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구안이 승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중공업 측과의) 합의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키로 했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와 하이투자증권 지부가 2일 구 외환은행 앞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에 증권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일 오전 10시 사무금융노조는 구 외환은행 앞에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에 비해 사정이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졸속으로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 사무금융노조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의 1분기 매출은 10조2728억원, 영업이익은 3252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흑자로 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 저수익 공사 매출 비중이 감소하고 LNG선, LPG선 등 고수익 선박 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2016년 하반기부터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투자전망 보고서를 줄지어 내놓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선박 수주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20년까지 95척의 배 수주 계약건이 체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16위권의 중형급 증권사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3억36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34억5200만원 대비 수익이 약 10억원 상승했다.
연장선상에서 노조는 중형증권사들의 매각 흥행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노조는 인력구조조정 동반한 헐값 매각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 지분을 7000억원대에 인수할 당시 CJ자산운용이 패키지로 인수했고 이후 3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총 1조원대의 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형성된 가격과 SK증권의 매각설 등을 고려했을 때 매각가는 7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박정현 하이투자증권 노조 지부장은 "현대중공업 계열 중에 이익을 내는 회사가 하이투자증권 뿐이기 때문에 KEB하나은행에서 매각을 앞당기라고 한 것 같다"며 "당사자인 하이투자증권 직원들도 모르게 매각을 결정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미포조선으로 보통주 기준 3억4243만7628주(85.32)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삼호중공업(846만8246주/42.34%)이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3796만7000주/94.92%)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으로 991만7769주(10.15%)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