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IT테크놀로지 리뷰(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가 분포도)
MIT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인터넷 판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대선 주자들은 애플이 미국 내에서 휴대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어떤 후보도 그러한 작업을 강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재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의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는 “애플이 중국이 아닌 우리 땅(미국)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도 “애플이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 일부 기기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자동차 회사 포드가 중국과 멕시코에서 조립하던 픽업트럭 공장을 미시간 오하이오로 이전하고 GE역시 중국과 멕시코 냉장고 및 온수기 생산시설을 미국 켄터키로 이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오티스, 콜맨, NCR, 슬릭 오디오 등이 중국과 멕시코에서 생산 중이던 엘리베이터나 플라스틱 냉각기 오디오 및 최첨단 헤드폰 공장을 미국 내로 이전하고 있으며 오바마 취임 후 미국으로 유턴한 기업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나 일본을 중심으로 인건비나 제조, 판매시장을 따라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유턴(U턴)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리쇼어링(Reshoring)이라 일컫는다.
리쇼어링의 주요 원인은 신흥시장국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나 멕시코 등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과 물류비용의 증가, 기술유출 위험성 등에 따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경우 소비시장과 부품 공급, 그리고 조립 인건비 등으로 인해 쉽게 미국으로 조립공장을 이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다.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제조공장을 두지 않은 이유를 물었을 때 고 스티브 잡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7개 공장 중 6개는 중국에 있고 1개는 멕시코에 있는바 애플이 전 세계에 산재한 공장들에서 부품을 조달해 미국에서 조립한다면 판매 가격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 분석에 따르면 74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6S 플러스의 부품 가격은 약 230달러, 3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SE는 156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조립비용은 기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IHS는 대당 4달러, 시큐러스 대학 정보학부 제이슨 데드릭 교수는 10달러로 추정, 많아야 10달러를 벗어나지 않는다.
제이슨 데드릭 교수는 미국에서 조립할 경우 비용이 30달러~40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며 단순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을 조달하고 집하하는데 추가 운송비 및 물류비를 포함할 경우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모든 다른 비용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아이폰6S 플러스를 기준으로 최소한 5% 이상의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은 28개국에서 조달되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4개국에 집중돼 있고 조립에 필요한 160만 명의 노동력 또한 대부분이 중국에 있는 까닭에 전체 제조과정에서 조립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맥 컴퓨터를 제조하는데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총 766개 기업으로 일본 126개, 미국 69개, 타이완 41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주요부품의 공급 국가를 보면 디스플레이 보호유리는 코닝사 제품으로 미국 켄터키, 한국, 일본, 대만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가장 비싼 부품인 터치스크린 역시 한국, 일본 등이 주요 공급 국가이다.
프로세서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 D램, 전파 증폭용 칩, 전파 수신용 칩, 카메라 렌즈 및 모듈 등은 여러 회사의 부품이 탑재되는 까닭에 정확하게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데드릭 교수 연구팀은 “이들 부품 공장을 모두 미국에 유치한다고 해도 대부분 아시아에 있는 공장들에 비해 낮은 가동률과 차별화된 요소의 부재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하는 현재보다 최소한 100달러 이상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임스 연구소 킹 연구원도 “아이폰에 들어가는 75가지 재료 중 3분의2가 미국 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것들”이라며 “케이스 주재료인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에서 나오지만 미국에는 보크사이트 광산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아이폰의 트랜지스터(칩)를 만드는데 필수 광물인 하프늄(hafnium), 휴대폰의 진동과 마이크, 스피커에 반드시 필요한 자석을 만드는데 네오디뮴(Neodymium), 카메라에 들어가는 란탄(Lanthanum) 등 희토류 85%는 중국에서 공급된다”고 주장했다.
희토류 금속에 관한 책 '원소의 힘' 저자 데이비드 아브라함은 “기술이 필요 없는 광산의 원료 채취에서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조립까지 어떤 한 나라에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즉 아이폰이 미국 제품의 독창성을 대변하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