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가세 대리징수제' 도입 기재부 건의
정부, "사업자 자금 부담 크다"는 기존 입장 선회할까
정부가 탈세·탈루가 빈번한 업종을 중심으로 이른바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부가가치세 징수 체계는 재화·서비스 거래가 발생하면 그 대가와 부가가치세를 사업자가 함께 받은 뒤 납부(거래징수제)하는데 반해, 이 제도는 신용카드 결제 단계에서 신용카드사가 직접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중순 발표되는 '2016년 세법개정안'에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 도입방안을 담을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개선 건의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부가세 징수 체계는 거래징수 제도의 한계로 인해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미발행하는 등 세금 탈루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사업자 간 거래의 경우 부가세 체납을 막기 위한 매입자 납부제도가 존재하나,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의 경우에는 별다른 차단장치가 없는 상태다.
◆…지난해 10월 열린 '2015년 국세행정포럼'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포럼에서는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 도입 등을 놓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2015년 국세행정포럼'에서 "부가세 탈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는 환경을 기반으로 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징수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드매출이 높고 부가세 탈루가 빈번한 주점이나 주유소업 등에 우선 적용한 후 점진적으로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용카드사를 통해 부가세를 대리 징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재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사업자가 자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제도 도입 자체를 부정했다.
당시 기재부는 "매출세액을 국가가 신용카드사를 통해 원천징수할 때 매입세액을 동시에 공제받지 못하면 사업자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라면서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해 도입을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연구용역 등을 거쳐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2월 한국재정학회가 국세청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주유소업과 주점업에 대해 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징수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재차 언급되면서, 기재부가 기존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가세를 대리 징수해 국고로 이전한다면 세수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할 수도 있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소업과 주점업에 매출비중과 봉사료 등의 비율에 따라 대리징수제도 도입에 따른 세수효과를 추정한 결과, 연평균 3692억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부가세 대리징수제도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세입기반을 확충하는데 기여하고 체납이 다수 발생하는 관련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파급효과를 통해 성실납세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카드사 대리징수제를 시행하는 곳이 없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제도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