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법인세율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입씨름을 벌였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2008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면서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이른바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세율 인상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으나, 정부·여당은 법인세율을 인상하게 되면 기업들이 투자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막 오른 '법인세 전쟁'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기업들에 법인세를 더 걷어서 소득이 없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법인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14년 법인세 감면액은 7조1000원으로 전체 국세 감면액의 20.6%이며, 전체 법인세액의 20%였다. 특히 실효세율은 대기업의 경우 17%, 중소기업의 경우 8.5%였다.
이 의원은 이에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고, 낮은 세율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에 간다"며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정부가 조세·금융·환율정책 등을 총동원해 대기업 지원을 통한 투자 촉진 정책을 펴왔는데 기대한 만큼 낙수효과가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민병두 의원은 "기업도 살아야 하고 국가도 소멸하지 않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인세에 대한 부가세와 일반 국민의 애국세를 합친 '국가소멸 방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목적세를 통해 연(年) 6~7조원 규모의 재원이 조달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활성화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유로 법인세를 건드릴 수 없는 입장을 견지했다.
새누리당 송석준 의원은 "주요 선진국들은 국제적 조세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라며 "법인세수가 감소한 것도 아니고 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닌데 더 올린다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외국인의 투자위축, 국내투자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더 감소될 우려가 있다"며 "법인세는 국제적 조세경쟁이 심한 세금이다. 다른 나라는 낮추는데 우리만 높인다는 것은 우리나라로 투자 될 자본을 다른 나라에 뺏기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추경·구조조정 공방 이어져
기업의 구조조정,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간 이견이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 1조7000억원이 이번 추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누리과정 재원조달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2012년도에 교육재정 교부금의 확대에 의해 충당하는 것으로 일정 부분 합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이번 추경의 요건이 구조조정과 관련됐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에 넣기 어렵다는 소리였다.
특히 유 부총리는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과의 질의과정에서 구조조정과 무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추경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 부총리는 "어쨌든 올 추경이든 본예산이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책에 대한 정치권의 문책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을 보면 과거청산적인 구조조정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며 "미래지향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의혹을 인지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없이 지원방안을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국민이 안심해도 되느냐"고 묻자, 유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 문제에 파급효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금융 시장이나 세계 전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