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목)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열린 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제3차 토론회에서 조세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20대 국회에서 법인세율 인상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제적 자본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기업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 문제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며 복지재원 확보 등 세수목적으로 접근하더라도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리기 보다는 심층적인 평가를 거쳐 불요불급한 기업관련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 가려내 폐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시갑),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시)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법인세율 인상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3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문성 "법인세율 인상,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이날 토론회 발제는 지난 2차 토론회에 이어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맡았다. 오 교수는 법인세의 경우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글로벌 세율인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세율인상 문제는 굉장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 교수는 "주요 국가들의 기간별 법인세율을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보다 세율이 높지만 계속적으로 하락세에 있고 우리와 해외 자본 유치를 경쟁하는 국가들도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는 소득세나 부가세와는 달리 국외의 상황과 연계된다. 즉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검토할 때 해당 국가의 법인세율을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전제했다.
오 교수는 "법인세도 특정 국가에 진입할 때 하나의 규제지만 우리나라가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빡빡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국에 비해 특별히 나은 경영환경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에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와 관련한 세금혜택(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법인세 인상에 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 교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관련해 "이 제도는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강제로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인데, 기업은 위험성이 최소화되어 있을 때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투자했다가 망하면 안되기 때문인데 투자 안하면 세금을 걷겠다고 강제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세수는 늘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법인세율 내렸더니 투자는 안하고 사내유보금만 쌓는 등 돈 있는 법인에만 좋은 일 해줬다는 식으로 법인세율 인상 논리를 펼쳐서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세수가 꼭 필요하다면, "비과세 감면 조정 더 세밀하게 해야"
오 교수는 복지재원 등 세수확보 측면에서 일정 부분 법인들에 대한 세부담을 올려야 한다면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조세지출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증세효과를 내면 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조세특례제한법 읽어보면 정말 별의 별 것이 다 있다. 심지어 직원들 4대 보험료 지출분에 대한 세금감면도 해주는 조항이 있다. 이것이 무슨 지원효과가 있겠나 싶다. 이런 저런 불필요한 것들을 세밀하게 실증조사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와 관련한 조세지출에 대해서는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오 교수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대기업에만 집중된다는 식의 수치적 논리로 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는 잘못됐다. 연구인력개발비 투자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정치적 논리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교수는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은 단일세율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OECD회원국 34개 국가 중 68%인 23개국이 효율성을 강조한 조세정책을 목표로 법인세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2단계 누진세율구조를 3단계로 확대한 바 있는데 이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법인세율을 단일세율 체계로 개편하는 검토와 적용이 필요하고 단일세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부분은 재정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