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고려해 법인세율 인상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태도가 바람직하다는데 대해 조세전문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와 결부, 일정 부분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시갑),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시)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법인세율 인상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3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3차 토론회 발제는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맡았으며, 오 교수의 발제문 발표 이후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및 학계,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세전문가들이 자유토론 형태로 의견을 제시했다.
"법인세 인상, 기업 두 번 죽이는 셈"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대표(사진)는 "법인세율은 기업경쟁력 차원에서 낮으면 좋다. 여러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제적으로 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만큼 그 방향을 역행해 세율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세율을 인상했을때 세수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정치권에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율 체제하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세율을 올려 그나마 있던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낮아진다면 장기적으로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사진)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의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투자와 고용은 능력에 비해 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만큼 사회적 압력이 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후에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유는 비과세 감면 정비 때문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차라리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감면 제도를 유지 해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비과세 감면을 정비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R&D세액공제나 투자세액공제 등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부분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청룡 대림산업 재무전략실 세무팀장(사진)은 "현재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은 비과세 감면 제도가 계속 축소되어 (체감하는)법인세율은 이미 인상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 활동 또한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세부담이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명목세율까지 올리면 기업들에게는 '이중부담'으로 다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갑순 교수 동국대(사진)는 "법인세를 올려야 하는지 내려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주제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 효율성을 위한 도구적인 측면도 있고 공평성을 실현하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뉴스를 들어보니 금리를 1.25%로 동결했다고 하는 굉장한 이슈가 있었다. 금리도 올리지 못하는데, 법인세를 올린다는 것은 경제 상황을 고려 할 때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돈을 사용할 곳이 생겨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 개인보다는 국민 정서상 기업에게 걷는 것이 쉽겠지만 과연 이것이 실질적인 세부담을 이끌어 내는 좋은 세원인가라는 부분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소득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법인세가 자꾸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이나 전문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접적인 법인세율 문제에 대한 언급보다는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에 관한 실제적인 효과성 여부와 외형적인 요건보다는 실제를 고려해 정책 취지를 살린 비과세 제도 적용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연 신한금융지주 팀장(사진)은 "세율은 사실 기업 입장에서 큰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정해진 값이기 때문이다"며 "다만 과표가 더 중요한 관심사인데 전반적으로는 세율이 인상되더라도 실제 과표가 형성되는 기준 자체가 일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R&D 세액공제의 취지를 고려해 봤을 때 현재 세법에 명시된 요건은 실질적으로 일부 대기업들만 충족할 수도록 되어 있다. 실제 창의적인 생각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 회사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고쳐 청년창업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사진)는 비과세 감면 정비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비과세 감면 제도 현황을 들여다보면 상당부분 정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 세제팀장는 "실제로 비과세 감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R&D세액공제나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이고 그 외에는 대부분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액감면이라던지 농어촌에 대한 부가세 면세 공급제도 등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에는 부정적인 생각이다"고 전했다.
"법인세율 올리려면 '기업 세무간섭' 최소화 하라"
늘어나는 재정수요로 인해 국가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 측면에서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안창남 강남대학교 교수(사진)는 "국가 채무가 2015년 595조원, 2019년이면 761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무척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며 "현 세대가 잘 살고자 재정적자를 방치한다면 결국 우리들의 자식세대가 갚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MB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소득세 비중은 증가, 법인세는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정부 빚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 때 10조, 이명박 정부 98조, 현 정부은 더 심하다"며 "이 부채를 누가, 언제 갚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법인세율을 올리는 대신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 간섭을 줄이고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같은 제도 또한 폐지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10년, 20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R&D 투자 세액공제 혜택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이정희 안진회계법인 대표(사진)는 안 교수가 지적한 재정 건전성 문제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재정을 건전하게 가지고 가야 한다는 부분은 이의 없는 대명제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재원을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지속가능하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플랜이 나와야한다"며 "그 중 한 꼭지로 법인세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법인세를 포함한 주요세목에 대한 정부의 재정계획에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