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 단행 '역발상' 전략 먹혀들까?
KFC가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자로 주력메뉴 가격을 큰 폭 인하하며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나섰다.
이는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을 인상해온 업계와 다른 행보여서 주목받고 있다.
더군다나 KFC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3년간 매년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격인하를 결정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궁금증마저 일고 있다.
'KFC 매직박스' 돌풍 계기로 경영전략 수정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747억원으로 전년도 1619억원 대비 약 7.9%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억원으로 전년도의 69억원 대비 84.1%나 급감했다. 더욱이 지난 2013년 기록했던 11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90.5%나 줄었다.
이는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소비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의 빈번한 할인경쟁에 따른 각종 비용 증가와 점포임대료, 인건비 등 판관비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메뉴 할인 프로모션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해 펼쳐온 결과, 외형 성장세는 이뤄냈지만 수익성은 거꾸로 가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식 장사를 해온 셈이다.
더욱이 KFC가 악화되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일부 메뉴에 대해 약 3.3%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수익성 개선은커녕, 수익성 하락 추세를 근본적으로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KFC는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단발성 할인 프로모션보다는 '가성비'를 앞세운 상시 메뉴를 출시키로 결정하고, 마침내 지난 1일 버거, 치킨, 스낵, 음료 등 5가지 메뉴로 각각 구성한 6종의 'KFC 매직박스'를 상시메뉴로 만들어 4900원에서 7300원 사이에 선보였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5가지 메뉴를 49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최고의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이 소비자 호응을 얻으며 출시 20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한 것.
KFC측은 “지난 1일 야심차게 선보인 '매직박스'가 출시 20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5%, 고객 수는 20%나 늘어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 최근의 판매 추세를 설명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KFC는 지난 20일, 주력메뉴 가격인하 등 '가성비 극대화'를 통한 고객 가치증대와 매장 리뉴얼과 배달 서비스 강화 등 대대적인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일부터 주력 제품 가격을 메뉴별로 11.6%~17.9% 인하해 상시 메뉴화 한다고 밝혔다. 프로모션 때마다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할인 가격이 아닌 매장내 메뉴 보드판에 고정되는 상시 판매 가격임을 밝힌 것.
주요 제품별로는 버거류 매출의 40%를 점유하는 징거버거 세트를 6700원에서 5500원으로 약 17.9%,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워버거 세트의 경우엔 약 14.9% 인하했다.
또 주요 치킨 제품인 핫크리스피 오리지널치킨 1조각은 2300원에서 2000원으로 약 13.0%, 핫크리스피 치킨 9조각으로 구성된 '점보치킨버켓'의 가격도 11.6% 인하했다.
KFC코리아 이진무 대표는 “가성비 극대화와 이미지 개선을 통해 고객가치 증대를 꾀하고 글로벌 치킨전문 브랜드로서의 본질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재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개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고품질의 풍성한 KFC 메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발상 가격인하 왜?...'고객 가치 증대 vs 매각가 제고'
한편 KFC의 가격 인하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영업실적을 끌어올려 수년째 지지부진 상태인 회사 매각을 용이하게 하려는 고육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큰 폭의 가격 인하로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경쟁사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실적 호전을 꾀해 매각 속도를 높이고 더불어 매각가격까지 높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KFC가 지난해 10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일부 품목의 가격을 3.3% 인상한지 불과 10개월 만에 정반대되는 가격 인하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고객 가치 증대 전략으로만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FC 이진무 대표는 “현 단계에서 매각은 일절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식음료업계 옥석가리기 소비 행태 계기될까?
그 진위가 어느 쪽에 있던 KFC의 이번 가격 인하는 그동안 명쾌한 인상 사유도 없이 습관적으로 가격인상에만 급급해 온 식음료업계의 관행에 일대 경종을 올리는 신선한 시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맥도날드 롯데제과 해태제과 빙그레 롯데푸드 크라운제과 농심 등 식음료업체들은 올들어서도 각종 사유를 내세워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바 있다.
이들 기업 중 지난해 실적을 알 수 없는 맥도날드와 이익이 감소한 빙그레를 제외하곤 롯데, 해태, 크라운제과, 롯데푸드, 농심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이중 해태제과는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대비 85.9%, 농심은 48.5%, 롯데제과 12.2%, 크라운제과가 6.6%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해 이번 KFC의 케이스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