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관련 업무뿐 아니라 여려 영역에서 '공정가치(Fair Value)'라는 용어를 접하게된다. 직관적으로도 공정가치의 기능은 거래를 성립하기 이전의 가격발견기능을 제공하고 공정가치를 통해서 발견된 잠재적 거래의 가격은 실제거래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성립된 실제거래가격은 다시 새로운 공정가치 추정의 중요한 입력변수가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반복하는 데 있어서 공정가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출발점인 가격발견기능에 있어서 높은 신뢰성 및 투명성이 필요하다. 추정된 가격의 투명성 및 신뢰성에는 이해관계가 없고(특수관계가 아닌) 강제되지 않은 자발적 의도에 의한 많은 시장참여자의 기대가 편의 없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매수 및 매도 양측 모두 풍부한 거래 규모와 빈도 그리고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있어야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의 스프레드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여러 속성과 환경요소들이 원활히 작동한 결과가 반영되고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정가치의 의미일 것이다.
IFRS 회계기준에서도 정의하는 공정가치의 개념 또한 통념적인 공정가치 개념과 일관된 면을 가지고 있다.
◆ 공정가치의 기본개념과 종류
현행 IFRS회계기준(K-IFRS 제1113호)에서는 공정가치를 '측정일에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상거래에서 자산을 매도하면서 받거나 부채를 이전하면서 지급하게 될 가격'으로 정의하고 있다. 언뜻 보면 간단하고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직관적인 정의인 것 같지만 이 안에 공정가치의 주요 핵심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경제적 통념상의 공정가치 속성들과도 일관되어 있다.
현행 IFRS 상 공정가치의 개념은 해당 상품 '보유자의 속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닌 '시장 관점'에서의 측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특징 중 하나이다. 예를 들자면 '보유자의 대량 보유 속성'이다. 어떤 주식의 보유자가 시장 전체 물량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수량의 주식들을 한꺼번에 장내시장에서 시간외 협의 매매를 통해 매각(Block selling)하고자 할 때 해당 주식의 가격은 갑작스런 대규모 공급물량으로 인해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Block selling에 의한 효과를 반영하여 그 보유자의 주식물량 전체에 대해서는 일정 금액의 할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긴 하나 현행 IFRS는 그러한 Block selling 효과는 시장참여자가 공정가치 측정시 반영하는 해당 상품 자체의 특성이 아닌, '그 보유자의 속성 또는 거래의 속성'으로 판단하여 공정가치 측정에 반영하지 아니한다. 즉, 불특정 다수의 시장참여자 모두가 그러한 Block selling 속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다.
공정가치 측정은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제거래가격을 측정일 현재 추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회계추정과정'의 하나이다. 앞에서 현행 IFRS는 시장관점의 측정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하였다. 공정가치 측정 목적 상 거래가 발생하는 시장은 측정일 현재 존재할 것이라는 가상의 시장이며 거래가 발생하는 시장이 여러 시장이 존재할 경우 '주된 시장 또는 가장 유리한 시장'을 가정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주된 시장 등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거래의 시장참여자를 전제로 공정가치 측정한다는 점에서 '시장 관점'의 측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 유출가격 기준 측정
시장 관점의 측정 개념과 더불어 또 하나의 IFRS 상 중요한 개념은 '유출가격'을 기준으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공정가치 측정 목적은 시장에서의 잠재적 거래가격을 추정하는데 있다고 설명한 바, 그 거래가 발생하는 시장이 '유출시장'이냐 아니면 '유입시장'이냐에 따라 추정되는 거래가격이 '유출가격' 또는 '유입가격'으로 구분되어 질 수 있다. 전술한 공정가치 정의(측정일에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상거래에서 자산을 매도하면서 받거나 부채를 이전하면서 지급하게 될 가격)를 상기하면서 자산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자산의 공정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수하면서 지급하는 가격'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잠재적 거래가격이 형성되는 곳이 유입시장이라는 전제의 유입가격인 것이다.
부채를 유입가격 기준으로 정의한다면, '부채를 인수(또는 발행)하면서 수취하는 가격'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IFRS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유입가격의 개념을 채택한 것이 아닌 '유출가격'기준을 채택하였으며 유출가격이 '잠재적인 경제적 효익의 유입(자산) 또는 잠재적인 경제적 자원의 유출(부채)'이라는 개념체계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금융상품 최초 인식시 회계처리
먼저, 금융상품의 최초 인식시 회계처리와 관련한 K-IFRS 제1039호 문단을 아래에 일부 발췌하였다.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최초 측정(문단 43)
AG64 최초 인식 시점에 금융상품의 공정가치는 일반적으로 거래가격[제공하거나 수취한 대가의 공정가치(기업회계기준서 제1113호 및 문단 AG76 참조)]이다. 그러나 제공하거나 수취한 대가 중 일부가 금융상품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대가라면, 금융상품의 공정가치를 측정한다. 예를 들면, 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장기대여금이나 장기수취채권의 공정가치는 유사한 신용등급을 가진 유사한 금융상품(통화, 기간, 이자율유형 및 그 밖의 요소에 관하여 유사함)의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미래 현금수취액의 현재가치로 측정할 수 있다. 추가로 지급한 금액이 어떤 형태로든 자산의 인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당해 금액은 비용으로 인식하거나 수익에서 차감한다.
AG76 최초인식시 금융상품의 공정가치의 최선의 추정치는 일반적으로 거래가격(즉, 제공하거나 수취한 대가의 공정가치, 기업회계기준서 제1113호 참조)이다. 만일 기업이 최초 인식 시 문단 43A에 언급된 바와 같이 공정가치가 거래가격과 다르다고 결정한다면, 금융상품을 그 날짜에 다음과 같이 회계처리한다.
(1) 그러한 공정가치가 동일한 자산이나 부채에 대한 활성시장의 공시가격(즉 수준 1 투입변수)에 의해 입증되거나 관측가능한 시장의 자료만을 사용하는 평가기법에 기초한다면, 문단 43에서 요구하는 측정치로 회계처리한다. 최초 인식시의 공정가치와 거래가격 간의 차이는 손익으로 인식한다.
(2) 그 밖의 모든 경우에는 최초 인식 시점의 공정가치와 거래가격 간의 차이를 이연하기 위해 문단 43에서 요구하는 측정치에서 그러한 차이를 조정하여 회계처리한다. 최초 인식 후에는, 시장참여자가 자산이나 부채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고려하는 요소(시간 포함)의 변동에서 발생하는 정도까지만 이연된 차이를 손익으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공정가치 추정은 '유출가격'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한 바 있으나 위의 기준에서는 금융상품의 최초 인식시에는 일차적으로 '거래가격'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거래가격은 최초 거래시 금융자산 또는 금융부채를 보유하기 위해 지급 또는 수취한 '유입가격'의 개념이다.
공정가치는 유출가격에 의한 측정치이며 일반원칙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최초 인식시에는 거래가격(유입가격, 현금 수수가격)이 유출가격 공정가치 측정치에 우선하는 것이다. 최초 거래시는 거래시장이 유출시장과 유입시장이 동일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초 인식시에 거래가격(유입가격)이 공정가치(유출가격)와 다르다면 거래가격 기준이 아닌 원칙적인 공정가치측정치(유출가격)로 다시 돌아 가는 것이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되는 것은 거래가격과 공정가치 측정치 간의 차이의 원천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그 원천이 1) 거래대가에 공정가치 이외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냐 2) 최초 인식시 인정한 거래가격에도 불구하고 공정가치 측정치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하였느냐에 따라 그 인식의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2)의 경우 그 함의 및 제정된 배경을 되새겨 보면, 최초 인식시 공정가치로 인정하고 있는 거래가격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정가치 측정치를 사용하겠다'고 적극적으로 결정하는 의지를 회계기준이 반영해 주었다고 생각하면 되며, 그 대표적인 예가 '유출가격 기준인 공정가치의 유출시장이 다수인 경우 더 유리한 시장을 선택하여 측정'하는 경우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소위 '거래당일손익(Day 1 PL)'은 이것을 의미한다.
파생상품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으며 파생상품 딜러의 최초 거래시 Margin이 현금흐름에 반영됨으로 인해 많이 발생한다. 이를 최초 인식시 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을 회계기준에서 허용한 것이며, US GAAP 을 거쳐 IFRS까지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순수한 의미에서의 '거래가격(유입가격)과 공정가치 측정치(유출가격)의 차이'를 지칭하는 것이며 K-IFRS 제1039호 AG76 적용대상이다.
1)의 경우에는 K-IFRS 제1039호 AG76을 적용 받는 '거래가격(유입가격)과 공정가치 측정치(유출가격)의 차이'가 아닌 '수수한 대가에 금융상품 이외의 부분이 포함'의 개념으로 파악해야 되며, 이는 AG64를 적용 받는 것이다.
김성훈 공인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