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법개정안, 쟁점과 과제는? = 조세일보가 지난 17일 개최한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는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 법인세율 인상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각자 의견을 내놨으며, 객석에서도 미처 토론회에서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 제4차 토론회-
푹푹 찌는 무더위 속,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세법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가 지난 7월28일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와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가 후원한 '2016년 세법개정안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의 사회로 발제는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 패널로는 안택순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 구재이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탁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이 참여했다.
오문성 "올해 세법개정안, 방향성 잃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발제자인 오문성 교수는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해 "방향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11대 신산업에 집중해 R&D 세액공제 혜택을 늘렸다"며 "하지만 어느 한쪽에 대한 조세감면을 늘리면 다른 쪽에 대한 가지치기도 함께 해야한다"며 "(비과세·감면을)마치 어린아이 정을 떼듯이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 교수는 "우리 세법은 '누더기'라고 부르지만 좋게 말하면 잔정이 많은 세제고 나쁘게 말하면 맥락에서 벗어난 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세지원을 조금 한다고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용지원도 마찬가지다. 고용은 사업주의 계획에 따라 하는 것이지 세금혜택을 주고 4대 보험료 혜택을 준다고 해서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 교수는 "투자나 임금증가는 세제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투자가 늘어났다면 투자할 시기가 됐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임금은 하방경직성 때문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결론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에 대해서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지만 일몰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며 "제도가 본래 목적을 달성했다면 이제는 끊어내고 다른 부분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 잘못하면 유권자들 눈치를 보는 세제개선이 반복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효과 의문"…분야별 다양한 평가
토론에 참석한 일부 패널들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사회를 맡은 안창남 교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학생들과 계산을 해보니 가장 최악의 경우가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3% 정도였다"며 "세액산출 방법이 너무 복잡하다. 차라리 법인세를 올리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없애는 것이 낫겠다고 (학생들과)얘기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성일 팀장도 배당금을 줄이고 임금 인상을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나라에는 이 같은 제도가 없다는 점을 들며 제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홍 팀장은 "(기업들은) 20년에서 30년을 내다보고 임금수준을 결정하는데, 이 제도를 가지고 투자를 증대시키고 임금을 상승시킬 것이라 보는 것은 무리"라며 "3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상장법인의 대주주 지분율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비상장법인 대주주 지분율을 1%에서 4%로, 시가총액 기준을 50억원 이상에서 15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결정한데에 대한 것이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같이 지분율 4%이상이면 대주주로 보는 판단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상장 중소기업 주주는 주식을 4%이상 소유해도 시가총액이 15억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장법인 소액주주는 지분율이 1%미만이라도 시총 15억원이 넘는 주주들이 많다. 상장법인 소액주주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비상장 중소기업 주주는 소액이어도 단지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양도세를 과세한다면 상장기업 주주들에 비해 비상장중소기업 주주들이 불합리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세법개정안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이종탁 부회장은 "세무대리인 입장에서 볼때 비상장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데, 현행 1% 지분율이나 정부 세법개정안의 4% 지분율은 대주주라고 보기에는 터무니 없이 낮다"며 "대주주로 규정되는 지분율을 3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사업용 토지의 장기보유공제 기산일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 세법개정안은 올해 1월1일로 되어있는 장기보유공제 기산일을 '취득일'로 변경해 내년도 양도분부터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럴 경우 올해 토지를 판 사람들만 억울하기 때문에 올해 양도분도 함께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구재이 회장은 "지난 2014년말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예고했고, 이에 비사업용 토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2016년에 팔면 좋겠다고 생각해 양도를 미루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사업용 토지 양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결국 거래를 묶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며 "굳이 기산일을 취득일로 전환해야 한다면 2016년 거래분까지 포함해야 한다. 2016년분 양도소득세 확정신고기간이 2017년 5월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한편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홍성일 팀장은 "(아직은)법인세율을 인상할 때가 아니며, 조세부담률에서 어느 쪽이 세부담이 미흡한지 어느 쪽에 세부담이 많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대기업이라고해서 세부담을 더 지게 만드는 것은 안될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신상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세수구조를 보면 직접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인 직접세에는 법인세, 소득세, 상증세 등이 있는데,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법인세는 OECD 기준 보다 높고 남은 것은 소득세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최근 야당에서는 예전에 내린 법인세 부분을 다시 올려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직접세 중 소득세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안택순 정책관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들이 사내 현금을 많이 쌓아두기 보다는 그 재원을 투자나 고용에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열망"이라고 전제한 뒤 "운영 중에 기대와는 다른 효과가 발생해 조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제도 존폐여부는 일몰이 도래하는 내년 국회 차원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중소기업 대주주 범위와 관련해서 불거진 지분율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식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 크기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지분율을 없애고 시가총액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맞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다채로웠던 세법개정안 토론회…객석에서는 무슨 말이?
이날 토론회에서는 패널들의 발언이 끝난 뒤 객석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재 국회 법안들 중 상당수가 보여주기 식이라고 지적했다.
소 변호사는 "국회의원 10명만 모이면 도장을 찍어 발의하는 모습은 '넌센스'라는 생각이 든다"며 "세제는 국가의 살림을 결정짓는 것과 관련된 중대사안으로 입법안이 중구난방으로 나오면 정책 일관성도 떨어진다. 앞으로 각 정당이 내놓는 세제개선안들도 더 많은 논의를 통해 통일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들이 연금에 가입한 비용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KEB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김근호 세무사는 "외벌이 가구의 전업주부가 낸 사회보장료에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면 노후소득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줄여 노후생활 보장이 좀 더 두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