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개통식에서 “세계 최초로 가동에 들어간 국내 금융권 공동의 오픈 플랫폼은 이른바 '핀테크 최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영국에서도 2년 뒤 2018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소개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구축을 완료한 핀테크 오픈플랫폼은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 또는 장(場)으로 불리며 앞으로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먼저 조회나 이체 같은 기능을 수행할 때 필요한 금융전산 프로그램을 표준화한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계좌 조회 같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명령어 세트) 형태로 제공하는 'Open API 시스템' 기능이 하나다. 이를 프로그램 개발자가 제공받을 경우 앱 개발에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개발을 끝낸 핀테크 서비스가 금융전산망에서 잘 돌아가는 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인프라인 테스트베드를 겸하고 있다.
보통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국내 핀테크기업들은 그동안 조회·이체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이들에게 쉽지 않는 일인 금융회사와의 협약을 맺어야 한다.
설사 한 은행과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내놨다고 하더라도 전산표준이 다른 은행들엔 적용이 불가능했다. 전산표준이 달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까닭에 협약→개발→출시 과정을 다시 반복하는 게 다반사다.
가령 국내 간편송금 분야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한 핀테크기업의 경우 서비스 출시 이후 은행들과 일일이 협약을 맺고 전산표준을 연동시켜 전 은행권과 연계된 서비스를 내놓기 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앞으로는 핀테크 기업이 오픈플랫폼에 접속한 뒤 조회·이체 등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API를 내려받아 서비스에 연동시키는 것만으로 국내 16개 은행과 25개 증권사와 연계되는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존 가계부 앱에 계좌조회 API를 간단하게 추가하는 작업만으로도 모든 일이 끝난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모든 은행계좌 내역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완성한 오픈 플랫폼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방안'에서 비롯했다. 이를 위해 금융결제원 (은행권)과 코스콤 (금융투자업권)을 중심으로 16개 은행과 25개 증권사, 핀테크 기업이 참여해 구축을 추진해 1년여 만에 개통하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핀테크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영국 재무부는 2014년 12월 금융권 전체의 데이터와 금융전산 프로그램을 오픈 API로 표준화하여 공개하는 방안(Data Sharing and Open Data for Banks)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가동은 2018년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개통 행사에서 9개 핀테크기업이 금융권 공동 오픈 API를 활용해 개발 중인 핀테크 서비스를 시연했다.
현재 13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터넷 커뮤니티 '중고나라' 운영진이 설립한 벤처기업인 주식회사 큐딜리온은 계좌실명조회 및 입·출금 기능 API를 활용해 개발한 '중고나라'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는 “중고물품 거래 시 발생 가능한 사기거래를 방지하고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모바일 서비스를 구상하던 중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 소식을 듣고 금융결제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플랫폼을 활용한 결과 몇 달 만에 16개 은행과 연동해 안심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손쉽게 개발했다”며 올해 하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