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한 '막가파'식 공세로 국회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국감 닷새째를 맞는 30일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30일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떻게 확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서로 대화는 오가고 있지만 오늘 만나게 될지, 내일 만나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오늘 만나자고 제가 먼저 제안을 하거나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긍정적인 입장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나와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은)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도 "만나야 한다. 항상 대화를 해야 뭔가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오늘이라도 만나서 주말 연휴를 최대한 활용해서 모든 문제 풀고, 4일부터는 정상적으로 국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공세가 '강경'한 상황이어서 사태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에 대한 사퇴와 검찰고발, 비리의혹 제기까지 한 상태에서 쉽사리 물꼬를 트는 게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3당 원내대표단과 함께 했던 미국 출장길에 부인과 함께 1등석에 탑승하고 시계를 제작해 동포들에게 나눠준 것을 문제 삼으며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및 규칙과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국무총리에 준해 여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는 총리의 경우 1등석 항공기를 지원받을 수 있고, 배우자 역시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
또한 교민들에게 시계를 나눠 준 것에 대해서도 국회 선물 제작비 예산으로 만든 시계를 해외 순방 시 동포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것이 국회의장실 설명이다.
앞서 새누리당 출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시계와 스카프, 김형오 전 의장은 시계와 책, 정의화 전 의장은 시계, 자개 보석함 등의 선물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의장실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명백한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고, 더민주 역시 "국회의장 모욕주기가 도를 넘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법적 검토를 시사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서열 2위 의장을 상대로 막말과 인신공격을 하며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며 "의장 공관 앞에서 협박하는 아스팔트 집권여당의 모습은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추 대표는 "국회의장을 욕보이는 현수막을 전국에 걸고 법적 근거 없이 형사고발하는 것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게이트 국감을 피하자고 측근실세를 구하자고 헌법을 흔들고 의장을 흔들어서 되나"라며 "내지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화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1주일을 꼬박 기다렸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인 국회 운영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민생을 위해 즉시 국회로 복귀하라. 이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을 향해 "어제 김영우 위원장이 국방위를 정상 진행했고 (비박계) 23명 의원이 국감 복귀를 주장했다. 그런 게 합리적 보수의 모습이고 정상적인 국회의원의 자세다. 이제 새누리당 지도부만 결정하면 된다"며 "이정현 대표의 결정처럼 오늘 중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잘 상의해 국감 정상화를 결정해 달라"고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과거 우리 당은 장외투쟁을 하다가도 국감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아무 소득 없이 국감에 참여한 게 2~3차례"라며 "그만큼 국감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조건과 소득 없이 맨입으로 어떻게 들어가냐고 할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국회의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순방 문제와 관련 비리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3당 원내대표가 같이 간 미국 순방 문제를 거론한 것도 부적절하다. 현장에는 현지 특파원과 기자들도 있었다"며 "제가 기자에게 물어봤는데 전혀 일탈이 없었다고 한다. 같이 간 기자가 문제가 없다는데 같이 간 의원이 어쩌고저쩌고 모욕을 줄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 자리(미국 순방)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힐난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유감을 표하고 새누리당도 여당답게 폭로 등 막된 행동을 끝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상화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아울러 국회 정상화 책임 역시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정 의장을 겨냥했고, "(또) 집권여당의 대표는 단식을 하고 여당 지도부는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진흙탕 폭로를 하고 있다. 옳지 않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이어 "여기에 맞서 제1야당은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고 함께 충돌한다"며 "이렇게 해서 20대 국회는 파멸로 간다"고 정 의장과 새누리당, 더민주를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