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국감 파행, 정 의장-野 탓" vs 野 "새누리, 사과하라"
제20대 첫 국감 9일째인 4일 여야가 그동안의 반목을 끝내고 동시에 국감장에 나섰지만 그동안 국감 파행을 빚은 것과 관련해 치열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소속의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사위 국감에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과 정세균 의장의 편파적인 의사 진행 때문에 (지난주) 국감이 못 열렸다"고 정 의장을 겨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의장의 편파적인 진행인지 집권 새누리당의 조직적인 국감 포기인지는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국회의장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형식적 요건이 틀렸다'고 한 것은 국회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노동위에서도 새누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김 장관의 무고함이 상당 부분 밝혀졌고 여당이 국감 불참을 지속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판단해서 오늘부터 국감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더민주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천명하면서 일단락됐는데, 야당에서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여당이 국감을 들어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위에서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민과 동료 의원, 피감기관에 사과하는 것을 전제로 국감을 시작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남의 상처를 쑤시는 발언은 동료 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일종 의원은 "이런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정 의장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도 "복지위는 국민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어 파행으로 시작된 국감 일주일에 대해 유감 표명 등 어떤 식으로든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고 더민주 김상희 의원도 "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트집 잡아 국감 거부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새누리당 비판에 합세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벌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도 새누리당 간사인 김태흠 의원이 "김재수 장관 의혹이 청문회를 통해 대부분 해소됐는데도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법률 위반을 넘어선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이 국회법 절차를 어기면서 해임안을 처리한 것 역시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새누리당이 국회 파행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은커녕 사태 원인을 야당에 전가하고 국회의장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 더민주-국민의당,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일제히 '압박'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철회로 국정감사가 정상화되자, 야당은 일제히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 권력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비선실세 의혹을 강하게 추궁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 방문했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이란 쪽이 체결한 '케이(K)타워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에, 미르재단이 "주요 주체"로 명시되어 있다며 권력 개입 의혹을 주장했다.
윤영일·최경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에 K(케이)타워를, 서울에 I(아이)타워를 세워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한류교류증진사업의 주요 주체로 미르재단이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동안 국무위원이 배석한 자리에서 체결된 양해각서에 특정 민간단체가 주체로 특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투명한데도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미르재단이라는 특정 단체가 명시된 것에 특정 세력의 입김이 작용된 것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미르재단이 문화예술진흥법상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되지도 않았는데도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선정됐다고 지적하며 권력 개입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 내용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이날 각 상임위에서도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가 지난 10년간 총 84개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했던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들 법인은 신청서 제출 후 평균 40.3일이 지난 후에야 법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설립 신청서가 들어간 당일 바로 허가가 나오거나 하루 만에 허가가 난 사례는 총 2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법무부의 사례로 볼 때에도 비영리법인 설립허가가 하루 만에 나는 것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드문 일“이라며 미르·K스포츠재단의 초고속 허가를 빗대 문제제기 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설립된 IOM이민 정책연구원과 2007년 설립된 재단법인 행복세상 등 2개 법인이 신청 하루 만에 허가를 받았다. IOM이민 정책연구원은 국제이주기구(IOM)와 한국 정부간 협정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며 재단법인 행복세상은 전직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이 주도해 설립한 단체로 부패 추방·다문화 지원·협동조합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사건은 명백한 권력형 게이트"라며 "두 재단의 설립총회, 정관 등이 거의 비슷하고 위치도 논현동 건물의 2, 3층이라며 문체부의 허가 역시 일사천리로 나는 등 거의 똑같이 설립됐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창립회의록이 있지만 이사 중 한 명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두 재단에 770억원이라는 거액이 납부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와 비선실세의 개입 없이는 재단 설립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800억원에 이르는 기금의 사용처, 두 재단에 대한 출연 기업이 거의 대동소이한 점, 3개월 차이로 비슷한 성격의 재단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많다"며 "항간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해 설립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CF감독 출신인 차은택씨의 의혹이 지적됐다.
더민주 노웅래 의원은 "최순실씨의 딸은 지난해 출전이든 훈련 기록이든 아무 것도 없다"라며 "국가대표 선수가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훈련·출전을 안 하면 징계조치해야 하는데 봐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은 법적 책임이 제기될 수 있는데도 밀라노엑스포 감독이 차은택씨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책정한 62억원의 예산이 103억원으로 급증한 것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결과가 좋았으니 과정도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정무위원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한 이유를 추궁했다.
이에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재단의 목적이 좋기 때문에 10억원을 투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 기부 요청을 받았냐는 거듭된 질문에 "전경련에서 요청받았다"며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고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