⑯해외순투자 위험회피회계
위험회피 회계처리는 기업의 위험회피활동이 일반회계처리만으로는 그 경제적 결과가 적절히 보고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하는 일종의 예외적인 특수회계처리 원칙이다. 따라서 위험회피 회계처리는 위험회피 활동을 수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의무적인 회계원칙이 아니다. 일반회계 원칙만으로도 위험회피 활동의 경제적 결과가 적절히 반영된다면 적용이 불필요한 회계처리기준이다.
그러나 기업의 다양한 위험회피활동 모두가 일반회계원칙으로 그 실질이 재무제표에 계상될 수는 없다. 일반회계원칙에 위험회피 활동을 완전히 일반화하기에는 한계를 가진 체 현대회계는 진화해 왔다. 이에 현대회계원칙에서는 위험회피 활동이 일반회계처리에 의해서 그 경제적 실질이 적절히 반영될 수 없는 경우 재무제표 작성자의 선택에 의해 위험회피회계 원칙이라는 예외적인 특수회계원칙을 적용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위험회피활동을 수행한다는 사실의 존재만으로 재무제표 작성자가 무조건 선택가능하게 해당 기준을 제정한 것은 아니다. 위험회피대상, 위험회피수단, 위험회피대상위험, 위험회피의 효과성 입증과 제 요건들의 충족여부가 포함된 공식적 문서화와 선언적 지정 절차 등 엄격한 사전·사후 조건들을 만족해야만 위험회피회계라는 특수회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위험회피활동의 적절한 재무보고라는 순기능 대신 예외적인 회계처리 결과만을 목적으로 한 위험회피회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위험회피활동 유형
기업은 여러 유형의 다양한 위험회피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그 유형의 분류도 설정된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피하고자 하는 위험의 종류(예 : 금리위험, 환율위험, 신용위험 등)에 따라 유형을 나눌 수 있다. 회피하고자 하는 대상(예 : 주식 등 지분상품, 채무상품, 원유 등 실물상품)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또한, 위험회피활동에 이용되는 수단(예 : 선도계약, 옵션계약, 스왑계약 등)에 따라서도 유형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분류방법 중 IFRS회계기준은 '활동'의 유형에 따라 '공정가치 위험회피회계', '현금흐름위험회피회계' 그리고 '해외순투자 위험회피회계' 등 세가지 활동 유형으로 위험회피회계를 분류하고 그 적용요건 및 회계처리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상기 3가지 유형 중 세번째 '해외순투자 위험회피회계'를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파생상품이 아닌 금융상품이 위험회피수단으로서 회계기준 상 적용가능한지도 관련 기준과 더불어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K-IFRS 제1021호 '환율변동효과'에서는 '해외사업장에 대한 순투자'를 '해외사업장의 순자산에 대한 보고기업의 지분 해당 금액'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해외사업장'이란 '보고기업과 다른 국가에서 또는 다른 통화로 영업활동을 하는 종속기업, 관계기업, 지점 등'이라고 또한 정의하고 있다.
원화가 기능통화인 한국 기업이 미달러화가 기능통화인 미국 소재 자회사에 투자한 지분이 해외사업장 순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모회사의 입장에서는 미달러화를 기능통화로 하는 미국 소재 자회사에 대한 순자산(사업) 지분 투자 자체가 환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환위험은 모회사 입장의 원화기준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해외순자산 전체에 대한 외화환산과정에서 환율차이(자본 항목)로서 회계 상 인식된다.
일반회계원칙으론 위험회피 못해
모회사는 이러한 해외순투자에 대한 환위험을 회피하고자 외화파생상품 등 위험회피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회계원칙만 적용하면 그 위험회피활동이 적절히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못 할 수 있다. 즉, 경제적 실질이 재무제표 상 반영되지 않는 '회계적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회계원칙 상 매도통화선도 등 파생상품(위험회피수단)은 '당기손익인식금융상품'으로서 공정가치 측정 후 그 변동이 당기손익에 반영되는 반면 위험회피대상인 해외순투자는 위험요소인 환위험의 결과(순투자의 외화환산결과)가 자본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회피대상의 환위험에 의한 가치변동은 자본으로, 회피수단인 파생상품의 가치변동은 당기손익으로 각각 계상된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는 환위험이 상쇄되나 회계적으로 재무제표의 다른 항목으로 계상되어 상쇄효과가 적절히 보고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회계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기손익으로 계상된 위험회피수단(매도통화선도 등 파생상품)의 손익을 자본으로 계상하게 하는 '위험회피회계(특별회계)'를 선택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특별회계를 적용하면 대상과 수단의 환위험 원천 손익(외화환산손익 및 파생상품평가손익)이 모두 자본에 계상되어 '회계적 불일치'는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주의 할 점은 위험회피수단인 파생상품손익을 모두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위험회피대상인 해외순투자의 재무제표 외화환산시 발생한 환율차이가 -100(자본)이며, 위험회피수단인 매도통화선도의 파생상품평가이익이 +120이라면, 위험회피수단의 손익이 대상의 손익보다 더 큰 Over-hedge의 결과이며 파생상품손익의 +20만큼은 위험회피에 비효과적인 부분에 해당된다. 이러한 비효과적인 부분까지 자본 이연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효과적인 부분인 +100까지만 자본으로 이연하여 회계적 불일치 해소결과를 표시하며 나머지 비효과적인 부분 +20은 당기손익으로 계상하여 비효과임을 나타내어 보이게 한다.
이러한 위험회피에 비효과적인 부분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위험회피대상인 해외순투자의 재무제표 외화환산은 '현물환율'에 의하나 위험회피수단인 통화선도계약은 '선물환율'을 적용함으로써 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의 Basis 차이에 의한 변동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최초 위험회피회계를 지정하는 시점에는 위험회피대상 외환포지션(외화기준 해외순투자금액)과 위험회피수단인 통화선도계약의 계약금액은 일치되었을 지라도, 위험회피효과를 평가하는 재무제표 보고일 시점에서는 외화금액에 차이가 발생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최초 지정시점에서는 해외순투자금액과 매도통화선도계약 금액 모두 100달러로 일치시켰지만 결산일에는 해외순투자의 영업결과 그 외화금액이 90달러로 변동되었을 수가 있다. 반면, 통화선도 매도계약금액은 최초시점과 동일하게 여전히 100달러라면 현물환율과 선물환율 변동폭이 동일할 지라도 결과적으로 Over-hedge인 상태이며 비효과는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험회피대상인 해외순투자의 달러금액 변동에 따라 수단인 통화선도계약금액을 '동적'으로 계속 재조정하면 되나 재조정 시기의 시차가 존재하며 재조정할 때마다 위험회피회계 '중단'과 '재지정'을 반복해야 하는 회계적 불편함은 제거될 수가 없다. 참고로, 2018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금융상품기준서 IFRS9에서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여 '동적 재조정'에 대해서 '중단' 및 '재지정'을 할 필요가 없게 관련 기준을 제정한 상태이다. 오히려, 기업의 위험관리전략의 변경이나 위험회피수단의 부실화 등 사유가 없는 한 위험회피회계의 '중단'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해외순투자 위험회피회계를 적용한 결과 자본으로 이연된 파생상품(위험회피수단)의 손익은 당기손익 재분류 시점은 일반회계 상 자본으로 처리된 위험회피대상(해외순투자)의 외화환산손익이 당기손익으로 계상되는 시점과 동일하다. 즉, 회계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파생상품의 손익을 자본으로 이연하였으므로, 당기손익으로 재분류하는 시점도 회계적으로 일치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위험회피대상인 해외순투자의 외화환산손익이 자본에서 당기손익으로 재분류되는 시점인 청산 또는 처분시 파생상품의 자본이연 부분도 당기손익으로 재분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상기 사례를 간략히 도해하면 아래와 같다.
전술한 사례에서는 위험회피수단이 통화선도계약이라는 파생상품이었으나 외화차입금 같은 비파생금융상품도 위험회피수단이 될 수 있지 않나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기는 하나 그 위험회피대상위험에 있어서 환위험에 한정되어 지정이 가능하다. 즉, 금리위험, 신용위험 또는 실물상품위험 등 환위험 이외의 위험요소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정하는 것은 현행 기준 상 금지되어 있다.
위험회피회계의 연혁 상 위험회피수단은 파생상품만 가능하였다. 그러나 그 발전과정에서 해외순투자 같이 거액의 외화자금을 조달하여 해외 사업에 지분투자하는 경우 해외순투자의 재무제표 환산손익은 자본으로 그 조달원천인 외화차입금(화폐성 항목)의 외화환산손익은 연결재무제표 상 당기손익으로 계상되어 회계적 불일치의 정도가 매우 크게 발생하는 경우를 해소하기 위해 환위험이 위험회피대상위험인 경우에 한하여 외화차입금같은 비파생금융상품도 위험회피수단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김성훈 공인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