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3층 회장 집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왼쪽)와 백운찬 세무사회장(오른쪽).
새벽 5시30분 기상, 30분간 108배를 하며 흘린 땀을 씻고 난 후 이른 출근길에 오른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세무사회관에 도착한 뒤에는 아침 8시부터 임직원들과 현안 업무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1년3개월여 동안 도돌이표 마냥 반복되어 온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의 '치열한 일상'이다.
지난해 7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터진 변호사 업계의 외부세무조정제도 업역 침해 위기를 법제화를 통해 막아내는 쾌거를 만들어 낸 것도 잠시, 2004년 이후 변호사 취득자의 세무사 등록 여부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외부세무조정제도 수행대상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는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아울러 경영지도사, 행정사들마저 가세해 호시탐탐 세무사들의 '밥그릇'을 노리고 있다. 백 회장의 두 어깨에 세무사업계 운명이 달려있으니, 그 무게감과 심리적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세무사회장 집무실에서 백 회장을 만나 그동안 회무운영 성과와 앞으로 세무사 업계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한 가감없는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및 사진 : 김진영, 류성철, 김용진(사진) 기자
Q. 세무사회장 2년 임기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1년3개월여 동안 세무사회장직을 맡아 온 소회는?
A. 지난해 6월30일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으로 취임한 후 휴일 밤낮없이 세무사회의 위상제고와 회원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아시다시피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외부세무조정제도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많은 회원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회원 모두의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법제화하고,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에서 제외시키는 외부조정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세무사의 자존심을 지켜낸 성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한 지난 6월말 정기총회에서 그 동안 회원 간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었던 회장임기에 대해 과거경력을 포함해 '평생 2번'만 할 수 있도록 회칙을 개정했다. 90%가 넘는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8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시행됨으로써 임기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분열과 갈등을 용광로에 불사르고 1만2000여 회원 모두가 하나 되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회원들의 성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제조세는 '블루오션'이다" = 백운찬 세무사회장은 "국제조세 분야 확대 등 우리 업역에 대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파이를 키워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세무사에 대한 조세소송대리권 부여 등 세무사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업역 확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Q. 세무사 업계가 어렵다는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직접 눈과 귀를 통해 체험한 업계 상황은 어떤가?
A. 미국의 금리인하와 중국의 성장둔화, 그리고 영국의 브렉시트 등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우리나라도 고령화의 급진전과 저출산 등으로 성장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정부도 경제회복을 위한 여러가지 금융, 세제 지원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경제가 활성화 되어야만 우리 세무사업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우리 세무사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며, 한정된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데 반해 수수료는 2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직원인력난에 따라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많은 세무사사무소가 수지를 맞추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게다가 타자격사들의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침해 시도도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저희 집행부는 우선 직원인력난 해소를 위해 세무관련 학교 및 인력센터 등과 지속적으로 협약을 맺어 양질의 세무인력 배출과 회원사무소 취업을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이 해결책은 아닌 만큼 국제조세 관련 업무 등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업무영역을 찾고, 세무사의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찾아내 세정과 세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Q. 세무사 시장이 '과포화'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세무사 시장을 확장해야 세무사들의 숨통이 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회원이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한정된 세무서비스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업역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업역 침해를 잘 지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조세 분야의 확대 등 우리 업역에 대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파이를 키워 나간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세무사제도창설일을 기념해 국제조세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는데, 청년세무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관련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함양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세금문제에 대해서 납세자 한 사람을 평생 관리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성년후견인제도를 확대해 세무사의 업역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세무사에 대한 조세소송대리권 부여 등 세무사제도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업무영역 확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세무사 시험 주관, 세무사회가 해야" = 백운찬 세무사회장은 "국세청이 세무사 시험을 주관할 당시 감독 문제 등이 불거져 시험주관이 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됐다"며 "하지만 산공단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추후에는 기재부, 아니면 세무사회에서 주관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Q. 과포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세무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선거공약으로 현행 630명의 합격자를 500명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험생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이 공약 추진상황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세무사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년 630명의 합격자도 적다고 할 것이고, 세무사시험에 합격해서 실질적인 현업에 종사하게 되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매년 합격자수를 줄여야 한다고 하는 이중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 세무사의 대외적인 힘을 키우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회원이 많으면 도움도 된다고 본다.
매년 변호사 2500명, 회계사 1000명씩이 배출하고 있어 전국의 변호사와 회계사의 수가 조만간 4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문자격사를 배출하는 국가자격시험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과다한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서비스시장이 문란해지고 납세자가 피해를 본다면 합격자수를 조절해서 적절한 전문자격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1만2000명을 넘어선 회원 수가 더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하자면 원천적으로 세무사시험 선발인원을 가급적 줄여나가야 하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눈앞의 현상만 보지 않고 장기적인 과제로서 연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
Q.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 논란이 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메일 사건을 알고 있는가? 아울러 세무사 시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이메일 사건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뭔가 행정상의 착오가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세무사 시험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왔다. 세무사 시험 주최는 원래 국세청이 해왔다. 하지만 시험 감독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곤란한 상황에 처했고, 그래서 세무사 시험을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넘긴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산공단은 세무사 시험을 공인중개사 시험 등과 똑같은 과정으로 출제하고 관리하다보니 시험 난이도가 관리가 안되는 상황이다.
세무사 시험은 엄연히 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전문자격사 시험이다.
산공단에서는 전문가도 없거니와 무작위로 교수 몇 사람 모아서 출제를 하다보니 시험문제의 난이도 관리가 안되는 편이다.
어떤 과목은 과락이 엄청 나오고, 어떤 과목은 점수가 엄청 높게 나와버린다.
회계사 시험은 금융감독원에서 출제, 관리한다. 그렇다면 세무사 시험도 당연히 기획재정부에서 하는게 맞고, 그게 아니면 세무사회가 맡아야 한다.
세무회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곳이 바로 세무사회 아닌가. 이미 전산세무회계 시험 관리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역량이 있다고 본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