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제 51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이태권입니다. 아직 학기가 남아 학교에 재학 중이며 졸업 후 회계법인 입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처음 회계원리를 들으며 회계학에 흥미를 느끼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준비하게 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되어 기쁩니다.
또한 작년에 준비하면서 많은 합격수기를 접하고 읽어보았는데, 제가 이렇게 직접 합격수기를 쓰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공부 방법에는 정도가 없으니,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이 글 말고도 최대한 많은 합격수기를 접하고, 그에 따른 자신에게 최적화된 전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2. 주간 계획 및 전반 공부 방향
저는 2015년 3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며, 세 학기 동안 학교를 휴학하고 2016년 1차 시험을 합격한 뒤 2016년 2차 시험까지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고시반 혹은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으나 제 성격상 친구들과 어울리고 같이 운동하자는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바로 학원 종합반에 등록하였습니다. 저는 수험 생활 내내 시험 1~2달 전을 제외하고는 매일매일 학원에 가서 공부하였습니다. 물론 왕복 통학 시간이 2시간이나 되어 오고 가는 시간 때문에 힘들긴 했으나 저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자신이 유혹을 잘 이기지 못할 것 같고, 집중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학원 실강을 듣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터넷 강의에 비해 드는 시간도 많고,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옆에서 공부하는 수강생들을 보고 경쟁심도 느끼고 학원을 규칙적으로 열심히 나가게 되면 자신만의 루틴이 생기기 때문에 실강 수강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실제 강의를 듣는 방법을 선택하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든 자신의 선택한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저는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절대 깨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로, 주간 공부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공부 이외의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토요일에는 오전에만 공부를 하고,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에는 항상 휴식을 취했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는 다시 한 주를 준비하기 위해서 그 주간에 배웠던 부분에 대한 복습을 하고 모의고사 대비를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그 날 학습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문제를 다시 한 번 풀어보고 복습을 철저히 하였습니다. 예습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복습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복습을 안 하면 합격하기 불가능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는 몇 회독을 했고 문제를 몇 번 풀어봤다는 소리가 많은데, 한 번 학습할 때 제대로 복습하고 정확히 알고 넘어가는 것이 대충 5번을 보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복습이 합격을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모의고사 응시입니다. 저는 학원을 다니는 1년여 기간 동안 학원에서 시행되는 모의고사 및 모든 전국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모의고사에 나오는 내용이 시험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의고사를 볼 때의 긴장감과 시간 분배 능력은 혼자 문제를 풀 때 절대로 길러지지 않습니다. 학원 강의 수강생들은 빠지지 않고 모의고사를 응시하고 인터넷 강의 수강생들도 모의고사를 구해 일정 간격으로 꼭 풀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무서워서, 공부가 안 되어서라는 이유로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다면 진짜 시험이 다가와도 준비가 안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네 번째는 휴식입니다. 주 1일 휴식을 취하고 취미, 여가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였습니다. 휴식일을 지정하고, 그 날을 기대하며 6일 동안 공부를 하고 하루를 쉬는 루틴이 계속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계속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1주일에 하루는 쉬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험이 1달 남은 상황에서는 쉬지 않고 달리는 것도 필요하나, 그 전까지 체력을 비축해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과목별 공부 방법 (괄호 안은 1, 2차 시험에서의 비중)
* 재무회계, 세무회계의 경우 1차 시험 준비 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사용하는 연습서를 통해 주관식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크게 문제를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객관식을 쉽게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무관리 와 원가회계의 경우 2차 연습서를 미리 푸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모든 2차 시험 준비 요령은 동차 학습 기간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재무회계 (105/550, 150/550)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중요한 과목입니다. 첫 회독 시에는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분개를 끊어가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식을 사용하고 좀 더 편하게 푸는 방법은 시험 직전에 숙달해도 늦지 않습니다. 각 소단원 별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인세 회계 및 주당이익 같은 단원은 세법, 재무관리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더 효율적으로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원은 첫 회독 시에는 모두 다 이해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전에 객관식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 때는 기계처럼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까지 이해가 안된 부분이 있다면 암기로 메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80초 이내에 한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2차 주관식 연습 시에는 해답을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재무회계의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풀이 과정보다는 정답을 맞추는 것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실수 없이 혼자 힘으로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 원가회계 (30/550, 100/550)
가장 깔끔하면서도 가장 귀찮은 과목입니다. 1차 시험의 비중은 매우 낮으나 2차 시험에서는 한 과목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기 힘든 과목이기도 합니다. 기본 강의를 충실히 수강하고 기출 문제 위주로 1차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의 회계학 과목 특성상 모든 문제를 풀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가 회계 과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원가, 표준원가, 변동원가, CVP 분석 등 주요 이론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흔들린다면 2차 준비 기간에 원가회계를 합격할 실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준비 시에는 재무회계와 다르게 해답지를 참고하면서 문제 풀이의 틀을 잡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원가 회계는 시험 특성상 정답으로는 60점을 넘기가 매우 힘든 과목이므로 풀이 과정의 논리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 세법/세무회계 (100/550, 100/550)
회계사 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실제로 공부할 양도 압도적으로 많은 과목입니다. 하지만 모든 과목 중 가장 정직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짜증나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면서도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실제로 결과도 가장 좋았습니다. 세법 같은 경우 일단 기본적으로 암기가 기초가 되어야 하며 너무 어려운 문제보다는 기본적인 문제를 실수 없이 확실히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1차 대비, 2차 대비 관계없이 모두 핵심적인 주제는 지엽적인 부분까지 모두 다 공부하고, 지엽적인 부분은 핵심적인 부분만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목 특성상 휘발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짧은 간격으로 반복 숙달이 필수적입니다.
(4) 재무관리(40/550, 100/550)
원가회계와 마찬가지로 1차, 2차 시험의 비중 차이가 큰 과목인 동시에 제 생각에는 가장 어려운 과목인 재무관리의 경우에는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합니다. 재무관리는 한 번 이해하기는 가장 힘들지만, 한 번 이해하면 다른 과목에 비해 휘발성이 낮기 때문에 처음 과목을 수강할 때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첫 1회독 때 슬럼프가 왔던 저는 재무관리가 끝까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1차 시험 준비 시에는 어려운 문제 보다는 기출 문제 위주로 준비하고, 2차 시험 준비 시에는 기업가치평가 및 포트폴리오 이론, CAPM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심도있게 준비하는 것이 최근 시험 트렌드에 알맞을 것 같습니다. (1차는 평이, 2차는 매우 어려움)
(5) 기타 1차 과목(경제, 상법, 일반경영학, 정부회계)
경제학과 상법의 경우 각각 100점씩의 배점으로 1차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학의 경우 공인회계사, 국회 사무직 8급, 보험계리사 시험 기출문제를 5~10개년 치를 완벽하게 숙달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상법의 경우에는 시험 난이도가 들쭉날쭉한데 1차 시험에서 상법을 고득점하지 못하면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 시험 합격률이 떨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준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반경영학의 경우에는 단순 암기만 잘하면 75%정도의 합격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통해 숙달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부회계의 경우 공부만 한다면 5개중 4개는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버리지 말고 제대로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6) 회계감사
1차 과목에는 포함되지 않은 회계감사의 경우 처음 접하게 되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동차생의 경우 회계감사 과목을 공부하지 않고 나머지 4과목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회계감사도 모든 강의를 수강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공부를 하고 범위를 넓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암기를 하고 시험장에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투입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그 범위에 있는 것만 확실히 숙달하고 시험장에 가서 60.4점이라는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복습 시에는 교재에 있는 연습문제, 기출문제를 자신의 문장으로 풀어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이렇게 연습하게 되면 휘발성이 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4. 끝내며
마지막으로 몇 가지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시험을 준비할 때 버리는 부분이 없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버리는 것은 시험 2주 전에 정하는 것이지, 몇 달 전부터 어는 부분을 버리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시간이 주어진 내에서 최대한 많은 범위를 공부하고, 시험 직전에 숙달되지 않는 부분을 그 때 가서 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건강관리, 스트레스관리입니다. 시험 특성상 며칠 몸살이 걸리거나 감기에 심하게 걸리면 페이스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가벼운 운동 혹은 영양제 복용을 통해 건강 유지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스트레스 관리의 경우 예외사항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칙을 벗어나 자꾸 예외를 만들게 되면 그것에 신경을 쏟게 되며 이는 곧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 번째로 일관성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넷 강의를 시작했으면 끝까지 처음 마음가짐으로 듣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으면 교육과정이 끝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쓰다 보니 긴 글이 되었는데 시험 준비하시는 수험생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