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 대통령 탄핵 42.3%…60대도 지지율 '반토막'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이 사전 유출되고 수정까지 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번 주 한 때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27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985명을 대상으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한 조사 결과 21.2%의 긍정평가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간 지지율을 살펴보면 대국민 사과를 한 25일 22.7%, 전날(26일)은 17.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사상처음으로 10%대로 추락한 것이다.(전화면접 및 스마트폰앱 혼용방식 조사.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그 다음 날 지지율이 전일 대비 5.2%p나 하락한 것으로 심각한 민심이반을 보여준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 추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의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42.3%가 '대통령 본인이 하야하거나 하야하지 않을 경우 탄핵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했다.
'청와대 및 내각의 전면적 인적쇄신 단행'은 21.5%, '대국민사과와 인적쇄신 외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는 17.8%가 답했다. '대국민 사과면 충분하다'는 의견은 10.6%에 그쳤다.
연령대별 조사에서 2,30대의 격렬한 민심이반이 나타났다. 박 대통령을 긍정평가한 20대는 2.4%로 최악을 기록했다. 30대 역시 7.3%로 10명 중에 1명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40대의 긍정평가는 12.3%, 50대 23.6%로 낮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60대만 35.7%를 기록했다. 하지만 60대 이상 연령층이 평소 6,70%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반 토막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누리당 텃밭에서도 극심한 균열이 나타났다.
지지층조차도 10명 중의 1명 꼴인 11.4%가 '하야 또는 탄핵' 의견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PK)는 35.5%, 대구·경북(TK)역시 32.6%를 기록했다.
◈ "최순실 파문,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개헌 다시 불붙이는 여야
'최순실 블랙홀'로 빠졌던 '개헌' 논의가 다시 살아날지 주목되고 있다.
여야 주요 정치인과 대선 잠룡들은 27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고 비난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같은 당 김부겸 의원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주최로 열린 개헌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 의장은 이날 축사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지적하며 "작금의 상황은 개헌이 왜 필요한지 반증해주고 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무소불위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을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국가적 과제가 특정 권력이나 정파 이해에 의해 추동돼선 안 될 것"이라고 반대를 나타냈다.
정 국회의장은 "나라의 기강이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 앞에서 온 국민이 놀라움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해야 할 일을 손 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1987년 민주화운동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에게 어느덧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그동안 대한민국 변화상을 포함해 새로운 헌정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 개헌 공감대는 개헌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큼 무르익었다고 판단한다"며 "개헌은 국가와 국민, 미래를 위한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번 개헌은 권력이 주도하는 개헌이 아니라 개헌 주체인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주자 중 한명인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이 앞으로 생기지 않도록 국정운영 체계를 바꾸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 외에 앞으로 더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크기가 커질 것"이라며 "5년 단임제 이후에 6명 대통령이 재임 중 친인척이 구속됐고 5명은 출당 당했는데, 현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니 패자는 불복선언하고 상대방이 망해야 5년 뒤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는 식으로 사사건건 국정 발목을 잡아 왔다"며 "개헌으로 국회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고 정치권이 극한대립에서 벗어나면 민생을 위한 정책 구조가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최근 발생한 엄청난 사태는 과연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면 가능했겠느냐는 생각을 들게 한다"며 "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모든 국가 기능이 갑작스럽게 정지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야권 잠룡인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많은 분이 이 근본에는 결국 제도의 실패가 있다고 말한다"며 "6대 대통령이 모두 권력의 사적 집단에 의한 농단에 다 빠졌고 결과적으로 권력이 끝났을 때 꼭 측근들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젠 허심탄회하게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직시하고 드러내놓고 토론해야 한다"며 "감당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강자들의 횡포로부터 억울함 없이 살고자 하는 국민의 기대와 꿈을 실현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깰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한 번 '리셋'하자는 것"이라며 "혁명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개헌을 할 용기없이 이 시기를 그대로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 역시 현재의 5년 단임제 권력구조를 '고장난 자동차'에 비유하며 "헌정사상 모든 대통령이 실패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의 구도를 정상적으로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