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들끓는 '하야' 민심, 野에 호소하지만 野 조건은 '수용 無'
2선 후퇴? '사실상 NO'…거듭 드러낸 '권력의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정국 해법으로 '여야 영수회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박 대통령은 7일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영수회담 성사를 위해 있는 공 없는 공을 모두 들였다.
특히 야당들을 영수회담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동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교섭단체인 국민의당까지만 예방하던 신임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이날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까지 찾아 영수회담 성사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이 영수회담에 집중하는 것은 앞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성난 민심은 더 불타오르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고 검찰 수사의 칼끝이 박 대통령 턱밑까지 겨냥하고 있어 국회와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여론 흐름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 12일 대규모 집회 '분수령' 野에 호소…영수회담 '올인' = 또한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20만명 이상의 시민이 모인데 이어 오는 12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에 100만명 이상이 예상, 이번 주를 민심 잡기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영수회담을 성사시켜 어떻게 해서든 민심을 수습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바람 앞에 등불'보다 위태로운 신세인 박 대통령의 바람대로 영수회담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야권이 요구하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대통령 탈당, 거국내각 및 국회 추천의 국무총리 수용 등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도 드러냈듯 자신의 '권력의지'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야권의 요구는 '권력이양'이기에 이를 박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 靑 "2선 후퇴가 현행법상 있나" 거듭 드러낸 '권력의지' = 이날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권력의지를 거듭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를 만나면 김 내정자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고, 김 내정자 인사 청문 절차를 부탁하게 될 것"이라고 영수회담 내용을 예고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문제와 관련해서는 "2선 후퇴란 표현이 책임내각, 거국내각과 맞물리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 각자 입장에서 편하게 말하는 것이지 2선 후퇴라는 게 현행법상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 기본 책무가 있고,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야당 대표와 이야기하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거듭 권력의지를 드러냈다.
야권은 지난 5일 '하야'민심이 들끓은 것을 인식하며 이미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불신임 당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권력이양 없는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 野 "2선 후퇴 없이 영수회담 없다" 압박 =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한 비서실장 간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더민주는 김 후보자 지명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 권력이양을 밝히지 않는 한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 실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차례로 만났지만 두 야당 역시 김 후보자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 탈당 및 권력이양을 영수회담 조건으로 내세웠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민주당 쪽에서는 아직 만나기를 거부하고 있으니까, 계속 접촉을 하겠다"고 거듭 회동을 읍소했다.
박 대통령이 세 번째 입장 표명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부터 종교계 지도자 등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면서 지난 4일 담화에서 빠진 책임총리 권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싣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야당의 선결조건을 외면한 것이어서 설득카드로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야당 수도권 의원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영수회담을 열어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그 설득 주체인 대통령이 정당성을 잃었다"며 "이 사태는 야당을 설득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설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한다는 건 굉장히 무의미한 것이고 시간만 소모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요구는 간결하고 명료하다. 2선 후퇴하고 국회 추천의 총리를 수용하고 내려가라는 것이다. 이걸 야당이 무시하고 영수회담을 어떻게 하나.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압박했다.
□ "이정현 버티는 한, 대통령 탈당도 없다" =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비박계를 대표해 대통령의 탈당과 이정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가 이를 반대하고 '버티기'에 나서며 대통령의 탈당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시절 당시 여론이 안 좋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에 반대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자신에 대한 당내의 탈당 목소리에 '배신감'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이정현 지도부가 버틸수록 박 대통령이 탈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 탈당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걸 막았다"며 "근데 자신이 지금 힘들 때 당이 탈당을 하라고 하면 배신감이 들지 않겠나.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면 정치적으로 기댈 데가 없어진다. 이정현 지도부가 버티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 2선 후퇴는 '하야' 수순, 영수회담으로 수습될까? = 2선 후퇴 후 국회 추천의 국무총리 수용 역시 식물대통령을 넘어 '하야'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대통령에게 칼끝을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1년4개월여 남은 임기를 거국내각으로 이끌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에 거론되는 것이 단기 과도내각이다.
국회에서 추천된 총리가 단기간 기본적인 나라 운영과 선거 관리 등을 중립적으로 하고 조기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결단할 경우, 잔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자연스럽게 '하야'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또 2선 후퇴 상황에서는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마지막 피하고 싶은 벼랑이다.
□ 영수회담 전략, 위기모면일 뿐 "국민 목소리를 듣고 결단하라" = 국정농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전방위적으로 자행됐으며 이를 용인하고 눈감았던 대통령에게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 없이 야당과의 영수회담만 압박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채 위기 모면에만 집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 국정에서 손 떼라는 것이다. 더 이상 못 맡기겠다는 건데 자꾸 맡겨달라고 의지를 드러내면 국민만 피곤해진다"며 "국민을 사랑한다면서 왜 국민을 힘들게 하는가.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한다. 본인이 책임진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도 듣지 않으면서 영수회담만 강조하는 건 이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거밖에 안 된다. 야당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