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세는 2003년 7월 수원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을 신축해서 분양했는데, 2007년 사업연도에 32억 원이 넘는 결손이 발생했다. 김조세는 2008년 6월 법인세법 제72조 제1항에 따라 결손금 소급공제에 의한 법인세 환급을 신청해 수원세무서로부터 약 4억 300만원을 환급받았다.
그런데 사실 김조세가 운영하던 기업은 환급을 신청한 2008년 6월 당시 기준으로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수원세무서는 2009년 11월에야 잘못된 법인세 환급을 되돌리기 위해 부랴부랴 김조세가 환급받은 법인세액에 이자까지 붙여 약 4억 6700만원을 징수하는 처분을 했다.
문제는 김조세가 법인세를 환급받을 당시에는 부당환급금 징수처분의 근거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급대상이 아닌데도 법인세를 환급받은 경우 과세당국이 이를 회수하기 위해 조세채무를 부과하는 징수처분을 할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채권으로 소송을 해서 부당환급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김조세에 대한 징수처분은 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이었을까?
수원세무서는 김조세가 이미 법인세를 환급받고 난 이후인 2008년 12월 26일 개정된 법인세법 규정(제72조 제5항 제2호 신설)에 근거하여 징수처분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 법인세법 부칙 제9조는 개정규정의 적용시점을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환급세액을 징수하는 부분'부터 적용한다고 정했다.
즉 개정법 시행 후 부당환급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김조세처럼 부당환급을 받은 시점은 개정법 시행 이전이라고 해도 과세당국이 이를 회수하기로 한 시점이 개정법 시행 이후라면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부당환급금을 회수한다는 점에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국가가 민법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채권이라는 민사채권을 행사하든 법인세법에 따라 징수처분을 하여 조세채권을 행사하든지 말이다. 과연 그럴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우선 반환해야 할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채무의 경우 몰랐을 때는 이자가 붙지 않고, 알았다고 해도 연 5%의 법정이자만 붙는다.
그런데 개정 법인세법상 조세채무라면 알았든 몰랐든 환급세액 통지일 다음날부터 추징하는 법인세액 고지일까지의 기간에 연 10.95%나 되는 높은 이자가 붙는다. 빚잔치, 그러니까 배당순위에서도 조세채권은 우선권을 가진다. 과세당국은 확정판결이 없어도 곧바로 강제징수를 할 수 있다. 여러모로 사업자에게는 조세채무가 훨씬 큰 부담이다.
결국 김조세는 법인세 환급을 받을 당시 신뢰한 법률의 내용이 사후적으로 개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됐다. 이러한 상황도 법률에 근거가 있으니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김조세는 수원세무서의 징수처분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행정소송에서 항소하면서 개정 법인세법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개정 법인세법 조항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환급세액을 수령한 경우까지 거슬러 올라가 개정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소급입법이어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개정법 시행 이전에 법인세를 환급받은 기업이 가졌을 신뢰, 즉 환급세액에 이자까지 포함하는 무거운 조세채무를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은 제정과 개정이 매우 잦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이 형식적인 법률로만 정해져 있으면 무조건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상 요구되는 원칙에 실질적으로 합치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조세법이 바뀔 때는 납세자의 헌법상 권리인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헌법상 금지된 소급입법으로 과세하는 것은 아닌지, 현행 법률의 신뢰에 따른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헌법에 비추어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