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28일 재차 거부했다. (사진 청와대)
檢대면조사 또 거부, 전방위 압박에 무기력 팽배-내부균열 조짐
대한민국의 운명이 '격랑의 일주일'을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절차가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진행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 발발 이후 최대 긴장 국면이 될 전망이다.
오는 30일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간 합의를 이룬 탄핵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야당은 이르면 다음 달 2일 늦어도 9일에는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30일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와 특별검사 후보 추천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 탓인지, 박 대통령 역시 무기력한 모습을 몇 주째 보이고 있다. 정작 '결단'을 내리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도 정권의 내부균열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피의자' 朴대통령 檢대면조사 또 거부, "급박한 시국" 핑계 = 특히 박 대통령의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는 오는 29일 검찰 대면조사 압박에 대해 28일 오후 여전히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급박한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 마련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대면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급박한 시국'을 수습할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임 대사와 정무직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가진 뒤 28일까지 열흘 간 공식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의 총리 제안을 한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한 메시지도 20일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20일간 수습책無-사정라인 두 축 무너져…무기력 팽배 = 대통령의 '칩거'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경제·외교 현안을 챙기는 비공식일정은 갖는다"고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운영 정지 상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지난 23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한 후, 사표를 반려도 수리도 하지 않은 상태를 일주일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사정라인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사표 반려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피의자'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수위를 사실상 조절해온 두 사람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박 대통령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에서부터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책임이 무거움에도 이를 회피하는 모습, 검찰의 대면조사를 끝까지 거부한 것에 대한 실망까지 더해져 결국, 김 장관과 최 수석도 도저히 어찌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고집'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박 대통령이 이 둘의 사표를 반려하며 복귀할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장관은 물러나겠다는 입장이 강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결국 박 대통령은 28일 오후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최 수석의 사표는 보류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최 수석의 사표 수리여부는 언제 명확히 될지 불확실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 지지층 붕괴-김기춘의 '배신'…내부 영향 = 문제는 사정라인의 두 축이 무너지면 다른 청와대 참모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내각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난 2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넷째 주(22~24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 역시 국정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10월 말 25%→17%로 급락히 떨어졌고 11월 들어 5%로 주저앉았다가, 11월 마지막 주에 4%까지 떨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일어난 것"이라며 "사정라인 두 축이 무너지면서 매주 촛불집회 시민들이 늘어나고 의혹이 이젠 추문으로 이어지고 지지율도 바닥을 계속 치고 있어 다른 참모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즉각퇴진' 여론 앞에서 3차 메시지 무의미…진퇴양난에 '칩거' =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 당사자들이 전부 '대통령의 지시'로 부정과 비리, 인사전횡 등을 저질렀다고 실토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무력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왕실장'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그동안 '최순실과 차은택을 모른다'고 했지만 차은택의 변호사가 최순실의 지시로 차은택이 김 전 실장 등을 만났다고 폭로하자 "박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을 만났다"고 실토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김 전 실장의 구속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 정신이 없을 것"이라며 "김 전 실장마저 '대통령 지시'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판국인데 정무적 판단이 서겠나. 또 190만이 넘는 촛불시민들이 청와대 코앞까지 와서 하야를 외치고 있고 '끝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있으니까 최대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미루면서 버틸 것"이라며 "특검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고 탄핵되면 그대로 칩거로 조용히 시간이 가길 기다리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에 3차 대국민 메시지를 예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여전히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라는 검찰수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즉각 퇴진' 여론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놓는 메시지는 오히려 역풍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차 대국민 담화문이 역풍을 맞은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박 대통령은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린 상태여서 '결단'을 내리는 대국민 메시지가 아닌 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