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2차 청문회에 최순실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주요 증인이 모두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특위 위원들의 '심문화살'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특위 위원들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속 메모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위원들의 고성과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도 말을 더듬거나 고개를 떨구는 등 다른 증인처럼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답변을 막아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에 대한 보좌 책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를 반복했지만 위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담담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맞받아쳤다.
가장 먼저 질의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을 향해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퀴즈를 5000만 국민이 맞추고 있는 중"이라며 "이 가로 속에 들어갈 내용을 증인은 알고 계실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안 의원은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모르는 것입니까. 1번 모른다. 2번 알고도 숨기고 있다. 1번 입니까 2번입니까"라고 3번 반복해 물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그날 대통령에서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알고 있다"며 짧게 대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머리손질을 1시간30분 동안 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사실여부를 따져묻는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외부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경호실에서 관리하고 비서실은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방록에 '세월호 시신 이양 불허가' 메모에 대해서 김 전 실장은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고(故) 김 민정수석 비망록의 2014년 10월27일 메모를 보면 세월호 인양 X, 정부부담 X라고 써있다. 세월호 인양 부분 보면 맨 왼쪽 끝에 한자로 장이라고 되어있고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다"며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은 장이라고 하고 동그라미,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명이라고 쓰고 동그라미 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실장이 주도하는 회의가 있는데, 비망록이라고 메모하는 부분도 있다"며 "얘기를 하다보면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도 가미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도 자식이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고 하겠나"라며 거듭 부인했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비망록에 보면 그 가운데서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사법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국정 각 분야에 대해 김기춘 실장이 인사를 포함해 많은 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그렇지 않다. 사법부는 물론이고 문화·예술도 교육문화수석의 소관인데, 블랙리스트나 좌파를 어떻게 하라는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영한 전 수석이 날조·거짓 소설을 썼단 얘기인가. 김 실장!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하십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2차 청문회에서 다수 위원들이 "최순실을 모르느냐"고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자 김 전 비서실장은 "차은택씨에게 직접 연락해서 만났다.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 한번 만나보고 문화융성에 대한 의지를 보고하라고 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원들이 최순실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묻자 김 전 실장은 "자꾸 다그치시는데 최순실을 제가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통화라도 한 번 있지 않겠나"라며 "검찰에서 조사해보면 다 알 것"이라고 답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출석을 불응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김 전 실장은 "저도 사실 고령이고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라며 "제 심장엔 스탠스도 7개 박혔고 입원할까 했지만 국회가 부르는 것은 국민이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와서 진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