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의 조카로 현 정부의 문화·스포츠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은 장시호씨가 이날 오후 3시27분 청문회장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모르쇠 작전'을 장착하고 나온(?) 증인들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청문회의 핵심 주인공인 최순실은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불구,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최순실의 조카로 현 정부의 문화·스포츠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은 장시호씨가 이날 오후 3시27분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씨는 구속된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에 여자 교도관 2명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색 마스크, 뿔테안경을 착용해 민낯을 확인할 수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증인선서를 하는 동안에도 얼굴을 가린 장씨의 모습에 김성태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이 "장시호 증인 마스크 내리세요. 왜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까"라고 호통을 쳤다.
그 말에 장씨는 얼굴을 드러냈지만 청문회 내내 '모르쇠'로 일관해 진실은 드러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동계스포츠센터는 누구 아이디어였나"고 묻자 그는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라며 "이모가 이것을 만들라고 해서 지원서류 만들어서 드렸고 김종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에서 살 때 아기를 키우지 말고 일해보라고 했다"며 "이모를 거스를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의원이 "직위도 없이 동계스포츠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묻자 "저는 최순실씨가 지시하면 따라야하는 입장이고 이모인데다가 거스를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새누리당 이완용 의원의 "더스포츠엠에 대표였나. 한국동계 스포츠 영재센터에서 문체부에서 받은 돈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장씨는 "운영을 한 것은 맞는데 대표는 아니었다"며 (삼성그룹에서 받은 16억원을) 아이들 인재 개발에 썼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제일모직에서 건네받은 16억 중 11억원에 대해 횡령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이야기다. 영재센터에 남은 잔고가 많고 혐의에 대해 액수가 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문회 도중 장씨는 대통령과 친분이 없다고도 항변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청와대에 대통령 취임하신 직후 몇차례 들어왔나. 대통령을 만난적 있나" 묻자 "한번도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본명에 대해 "가족들은 유진이라 부르고, 장시호로 개명한지는 얼마 안 된다"고 설명했고, 함께 출석한 증인들 중 차은택 광고감독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만 안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특히 장씨는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최순실씨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답변과정에서 '최순실', '최순실 이모', '최순실 이모님', '최순실씨' 등 다양한 호칭을 사용했으며 최씨가 자신에게 지시하면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청문회장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증인은 장씨뿐이 아니다.
김재열 제일모직 대표는 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하게 된 과정에 대해 했던 증언을 번복하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김 대표에게 "장시호씨 소유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누구에게 오더를 받았나"고 질의하자 김 대표는 김종 전 차관에서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면서도 결제라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에서 "삼성전자 자금"이라고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또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의 "16억원 지원 결정을 허락한 사람이 있을텐데 결재를 누가 했나. 부회장인가. 미래전략실인가"라는 추궁에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부서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결정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결재권자가 누구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김 대표는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김 대표는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면서 우물쭈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