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법인에 대한 채무면제가 논란거리다. 가족회사의 경우 최대주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회사의 매출이 충분치 않아 계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회사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이르게 된다. 완전 자본잠식상태가 지속될 경우 회사의 회생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시점이 되면 최대주주는 자신이 회사에 빌려준 대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해 줄 수 밖에 없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논란은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회사는 최대주주에게 갚아야 하는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는 회사가 얻은 이익만큼 주주도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최대주주가 회사에 대한 채무면제를 통해 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이익을 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이 실제로 이익을 얻었다면 다른 주주들은 증여세를 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자본잠식상태가 심각한 회사로써 채무면제를 받기 전후 계속하여 회사의 가치가 음수(-)인 경우에 발생한다. 채무면제 전후로 주식가치의 변동이 없는데도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에 대해 수년 동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이전까지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주주가 실제로 얻은 이익이 없다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판결).
그러자 과세관청은 2010년 1월 1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라는 위임규정을 두었다.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위임규정을 둠으로써 시행령의 위헌성 시비를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실질적으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고 시행령에 따라 회사가 얻은 이익을 주주가 얻은 이익으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체계가 여전히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도 있다(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판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 심사 중이므로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위헌성 논란이 계속되자 과세관청은 2016년 12월 15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을 주주가 얻은 이익으로 본다는 내용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5 제1항 본문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이익이 실제로 발생하였는지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과세하기 위해 증여의제 규정으로 조문화하였다.
이와 같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5 규정은 위헌성 문제가 없는 것일까? 과거와 같이 시행령에 규정된 것이 아니라 법에 내용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위헌적 문제가 치유된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증여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증여란 무상으로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증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이익의 이전 또는 재산가치의 증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완전 자본잠식법인에 대한 채무면제의 경우 채무면제 전후로 주식가치가 계속하여 영(0)이기 때문에 재산가치의 변동이 없고, 다른 주주에게 이전된 이익 또한 존재하지 않다.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재산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군다나 유상증자의 경우 증자 전후로 주식가치가 영 이하인 경우 이익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상증자와 달리 채무면제는 이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경우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이렇듯 채무면제 전후로 주식가치가 영 이하인 경우 실제로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여이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현행 규정 역시 여전히 헌법이 정하고 있는 조세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201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5 규정 역시 여전히 위헌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