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은 왜 비교우위를 싫어할까 (2)
비교우위 자체만으로는 개발도상국이 싫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 이 비교우위론이 자유무역론과 결합되면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 말 많고 탈 많은 자유무역의 근거는 비교우위론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주된 근거는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만들어 자유롭게 시장에서 팔게 하자.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자.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지도 말고, 보호하지도 말고 그저 시장의 경쟁에 맡겨두자. 그러다보면 망할 회사는 망하고, 효율적으로 경영하여 경쟁력있는 회사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은 물론이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게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한 자유무역론이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미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쉽사리 따라가기 어려운 정도의 경제력과 기술 개발력을 가지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혁신의 속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1차산업에 집중하라고 한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선진국들의 주장을 열심히 노력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2차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의 가능성을 꺽어버리는 '사다리걷어차기'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경제발전 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부자가 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2차 산업분야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어야 선진국을 앞서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뒤처지지는 않을려고 노력한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입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개발과 더불어 산업발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그리고 최근에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회의적인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그래서 정부는 제조업혁신 3.0이라는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주된 내용은 제조업 기본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IT·SW 융합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선진기업을 모방하며 따르는 추격형에서 창조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이끄는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해 한국 제조업만의 비교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2020년 1만개 공장 스마트화, 혁신제품 사업화를 위한 실증 시범특구 조성, 동북아 공동 R&D 프로그램 신설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제시했다.
실제로 장사하다보면
이런 혁신을 이루려면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할 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몸놀림이 빨라야 하는 구멍가게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내가 경영하는 필맥스도 그래야 할 때가 있었다. 바로 해외 주문이 지속적으로 오면서 기존의 시설을 확충해야할 때였다.
이 때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바로 기계는 구형이어서 뒤꿈치가 없지만 양말의 색상을 선명하게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사든지, 아니면 신형이어서 뒤꿈치를 만들지만 양말의 색상이 많이 떨어지는 기계를 사든지.
품질면에서는 당연히 전자가 더 좋았다. 그런데 막상 시장이 뒤꿈치있는 발가락양말만을 선호하면서 우리는 내수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우리 기계가 구형이기는 하였지만 어디서나 마구 구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의 변형을 통해서 만들어진 기계였다. 그러니 아주 혁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은 일반 양말처럼 발뒤꿈치가 있는 발가락양말만 양말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우리의 노력은 별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미래를 알려주고 그 때로 돌려보낸다면 물론 신형기계를 선택하겠지만, 똑같은 상황이라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구형기계를 다시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이래서 장사가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