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던 한 세관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관세청 동료 및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19일 관세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평택직할세관 A행정관(46세)은 지난 17일 오후 11시경 화성시 진안동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되어 힘들고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채 세상을 등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A행정관은 평택·당진항 보세창고 업자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직위해제 상태에서 최근까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관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A행정관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 수사는 보세창고 업자 B씨의 '투서'로 인해 시작됐다는 전언입니다.
세관 조사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던 A행정관이 B씨의 동생을 밀수 혐의 등으로 고발해 징역을 살게 하고, 여기에 더해 B씨까지 고발 조치하자 앙심을 품은 B씨가 A행정관에 대한 뒷조사를 시작했던 것.
결국 B씨는 A행정관이 보세업자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글을 투서하게 됐고 이에 따라 관세청 감찰은 물론,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다는 전언입니다.
A행정관 본인은 상품권 몇 장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수 천 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을 절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고 하는데요. 계속된 수사에 지칠 대로 지친 A행정관은 더 이상의 압박을 버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관세청 내부 분위기는 깊게 가라앉아 있는 상황입니다.
본인의 말대로 몇 장의 상품권을 받았건, 업자 B씨의 제보대로 10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았건, 죗값을 치르면 될 일이지 목숨까지 내놓는 선택은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한 관세청 직원은 "A행정관 소식에 그를 아는 관세청 직원들은 모두 슬픔에 잠겨있는 상황"이라며 "그의 주장대로 상품권 몇 장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안타까운 죽음 아닌가. 설령 1000만원을 받았다고 해도 죽음과 바꾸기엔 너무 가벼운 액수"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관세청 직원들이 더욱 몸을 사리는 계기를 이번 사건이 만들어줬다는 반응입니다.
한 관세청 직원은 "고작 상품권 몇 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몇 장이라도 받으면 훗날 뒤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특히 김영란법 시행 등 공직사회에 드리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앞으로 더 조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북인천세무서 직원 C씨가 세무서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C씨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연말,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세청과 관세청 양기관의 분위기가 어둡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