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월 국세청장과 검찰총장 교체시 선보인 '고위공직자 복수후보 사전공개'에 이어 경제부총리 후임 인선을 앞두고는 시차를 두고 한 명씩 후보를 공개하는 새로운 인사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당초 경제부총리 후보군은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압축된 듯 했으나 각각 장남 병역 문제와 부당대출 개입 의혹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지난 10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새로운 후보로 신명호 전 ADB부총재와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을 한 명씩 언론에 흘렸다.
경제부총리 후보를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언론에 사전 공개하고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새로운 후보자를 한 명씩 공개, 대안 카드를 던지고 있는 것.
청와대가 이처럼 '여론 떠보기식' 인사를 새롭게 선보인 것은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올 들어서만 두 명의 수장을 여론의 힘에 밀려 떠나보내야 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여론 재판'을 벌여 후보자들을 검증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에 대해 보완적으로 참고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인사수석실 등에서 임명자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하고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인사 프로세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걸러지는 현상과 정보 등이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여론재판'은 시작된 것 같다. 지난 7개월간 금융산업 선진화에 박차를 가해 온 윤 금감위원장은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오른 순간부터 시민단체 등의 부당대출 의혹제기로 여론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
윤 금감위원장은 급기야 11일 경제부총리직을 고사했다고 밝힌 뒤 "나는 금감위원장으로서 7개월 동안 일하면서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다"며 금감위원장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이어 "진도 관련 의혹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지라면 지겠지만 억울하다"며 "사퇴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뼈아픈 경험을 가진 사람의 일할 기회를 막는다면 아마츄어만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일갈, 여론몰이식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청와대는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는 단순한 '참고용'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지만 바로 그 '참고용' 인사정보에 직격탄을 맞은 후보자들은 때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