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지난 23일 특검 연장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위해 여야 합의를 시도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정 의장의 '직권상정'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금이 비상사태"vs"향후 국회 일정 고려해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박영수 특별검사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불승인한 것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야4당은 지난 27일 긴급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연장을 위해 새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특검 연장법을 오는 3월2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정 의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역시 "바른정당은 특검법 재개정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특검연장법 직권상정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문제는 야당이 특검 연장안에 합의를 하고 국민적 요구가 거세도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직권상정'을 강조해온 정 의장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직권상정을 강행할 지 주목된다.
□ 국민의당-정의당 "지금이 국가 비상사태" =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이날 일찌감치 정 의장에게 특검 연장법을 오는 3월2일 본회의에 직권상정 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이러한 국민의 명을 받들어야 하는 국회의 수장으로서 정 의장은 특검법 직권상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현직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유고상태가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가 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의 유고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국가 비상사태란 말인가"라고 직권상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애매한 중립 주장하는 정세균 의장, 특검법 직권 상정하라"고 정 의장을 압박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역시 이날 "3월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정세균 의장이 직권상정해서 통과되면 중단된 박영수 특검이 그간의 수사내용을 가지고 수사를 계속 할 수 있게 된다"고 앞서 자신이 발의한 특검 연장법 직권상정을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도 정 의장에게 특검 연장법 직권상정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후 황 대행 규탄 결의대회에서 "(특검 연장법에 대한)직권상정을 검토 하고 있다"며 "헌재가 당연히 탄핵을 인용하고 비정상에서 정상의 제자리로 올려놓을 때까지 특검 활동이 뒷받침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추미애-이재명 "정 의장, 직권상정 결단하라" 호소 =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장을 향해 특검 연장법 직권상정을 호소했다.
이 시장은 "이제 의장님 뿐"이라며 "피눈물 흘리는 국민과 오욕에 몸부림치고 있는 역사가 간청한다. 28일 특검 연장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변적 국가비상사태라는 법적 요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 임기 도중 대통령이 물러나고 1400만이 넘는 국민이 광장에 나와 적폐청산과 전면적 개혁을 요구한 것이 국가적 사변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의장님의 결단으로 역사를 바로 세워 주십시오. 심사기일을 지정해서 직권으로 28일 본회의를 소집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이제 의장님 뿐"이라고 거듭 요구했다.
당 원내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해서 "정 의장에게 특검 연장법 직권상정을 요구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방식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지금 국정공백 사태가 장기화 되는데 이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뭐가 비상사태인가"라며 "전시만이 비상사태라는 인식은 지금 시대에 안 맞다. 국민적 요구가 뜨거운만큼 정 의장이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野로 정권교체 해도 '여소야대'…향후 정 의장 역할 커 '부담' =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직권상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라는 점에서 향후, 정권이 교체되도 정 의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권상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 원내관계자는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어도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국정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며 "정 의장은 향후 문제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직권상정을 하면 매 건마다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 한 것을 이야기하는데 당시엔 19대 국회 말이었고 정의화 의장이 국회의원 불출마를 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황 대행의 특검 연장 불승인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는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수렴된 다수 의견으로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일방적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은 현 사태의 엄중함,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온당치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첫째 국회 스스로가 법의 권위와 원칙을 지킴으로써 예측 가능한 정치, 과거와는 다른 정치의 길을 열고자 함이며, 둘째 구악과 구습의 단절을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국회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되,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 구성원들은 여야를 떠나 정의의 가치를 지키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