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했다. (YTN화면 캡쳐)
파면 효력은 즉각 발효된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헌정 사상 첫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 당한 대통령이 됐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서류는 정호성이 각종 인사 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순방 자료, 국무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 담고 있는 자료를 최순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은 이를 보고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고 피청구인 일정을 조정하기도 하는 등 직무 활동에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면서 "그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고 봤다.
헌재는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도 침해했다고 봤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순실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면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한편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적법절차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탄핵심판을 각하하는 대신 인용이나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 본안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다"고 밝혔다.
탄핵소추 사유를 특정하지 않아 각하돼야 한다는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조사 절차나 본회의 토론절차를 생략한 것도 국회의 표결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탄핵소추사유를 일괄 표결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 규정도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8인 체제 헌재가 선고를 내리는 것도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하는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 문제가 없는 이상, 헌재로서는 헌정위기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헌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고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2014년 4월16일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다”"며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재는 "그러나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직무정지 상태의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끌며, 차기 대선은 5월초에 실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