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문재인 후보가 31일 영남권 순회경선에서 64.7%로 압승을 거두었다.
영남에선 이재명 18.5% 2위, 안희정 16.6% 3위
"영남이 디비졌다!"
31일 부산 연제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기호3번)가 '압승 행진'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이날 영남권역에서 총 12만 8429표를 차지, 64.7%로 1위를 기록해 대선 본선행이 유력해졌다.
문 후보는 지난 22일 대의원 투표소 투표에서 5586표를 얻어 70.2%를 차지했다. 지난 29~30일에 실시된 ARS투표는 12만 1683표로 64.3%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실시된 대의원 투표에서1160표를 기록 82.4%를 차지했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실시된 호남권역에서 60.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2번째 순회경선인 충청권역에서는 47.8%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후보(기호1번)가 영남권역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지난 호남과 충청에서 안희정 후보에게 밀려 3위를 기록했지만 영남권역에서 3만6780표를 얻어 18.5%를 차지했다.
그는 투표소 투표에서 1468표(18.4%), ARS투표에서는 3만5천214표(18.6%), 현장 대의원 투표에선 98표(7%)를 얻었다.
반면, 지난 호남과 충청권역에서 2위였던 안희정 후보(기호4번)는 영남권역에서 총 3만2974표를 얻어 16.6%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문 후보가 호남권역보다 3배 정도 많은 유권자가 있는 영남에서 64.7%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어서 향후 5.9대선에서도 영남 지역주의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파면'결정과 구속수감 등으로 영남의 지역주의의 뿌리인 '박정희 신화'가 깨지면서 특히 부산-경남이 다시 야도(野都)로 변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변신의 조짐은 지난 해 4.13총선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선 김부겸(수성구갑)의원과 현재 무소속이지만 19대 민주당 소속이던 홍의락(북구을)의원이 당선돼 견고하던 TK(대구-경북)의 지역주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보'라는 별칭을 만들어낸 부산지역에선 5명의 의원이 선출됐다. 김영춘(진구갑), 최인호(사하구갑), 박재호(남구을), 전재수(북구강서구갑), 김해영(연제구) 의원이 여당 텃밭인 부산을 흔들어 놨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는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의원이 당선됐고, 서형수 의원이 경남 양산시을에서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경남 창원시성산구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됐고, 울산에서 야권 무소속으로 김종훈(동구), 윤종오(북구)의원이 선출됐다.
문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이들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영남에서만 13석! 3당 합당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며 "영남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마치 공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영남의 야도(野都)변신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영남의 지역주의는 특히 90년 3당 합당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자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까지 이어졌다. 시체가 나와도, 범죄자가 지금의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나와도 찍는다고 할 정도로 '묻지마 투표'의 본산이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지금 영남의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0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3월5주차 차기 대선 지지도에 따르면 문 후보가 전국 모든 지역에서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1위를 기록했다. 부산·경남에서 43%, 대구경북에서 34.5%를 기록해 문 후보로서는 이 지지세를 대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 조사, 3월 27일~29일. 전국 16,002명 대상,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 참조)
문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부산-경남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영남에서 민주당하며 설움 받던 27년의 세월! 기억하십니까?, 빨갱이 종북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노무현을 지켰던 27년 인고의 세월!"이라고 영남의 지역주의를 지적했다.
이어 "저는 기억한다. 저뿐 아니라, 영남 땅에서 민주당 깃발 지켜온 동지라면 누구라도, 그 설움과 아픔, 가족들의 고통까지 생생히 기억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겨냈다. 지역주의에 무릎 꿇지 않았다. 영남이 기적을 만들어 주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5월 9일, 반드시 정권교체 하겠다. 그리고 며칠 후, 노무현 대통령님 8주기 추도식에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으로 가고 싶다. 가서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 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여러분도 같은 꿈을 꾸십니까?"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8주기는 5.9대선 직후, 5월 23일이다.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보면서 영남은 지금 허탈하다"며 "영남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영남의 27년 짝사랑, 그 끝은 배신이었다. 영남의 27년 무한지지, 그 끝은 경제파탄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남 지역 공약으로 ▲부산 동북아 해양수도로 도약 ▲울산 미래형 글로벌 산업도시로 성장 ▲경남 해양플랜트 산업과 항공우주산업 추진 ▲대구 뿌리산업과 신산업 동시추진 ▲경북 국가기간산업의 고도화 ▲김천혁신도시로 성장 등을 약속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경선 순회투표는 오는 4월 3일 수도권(강원,제주 포함)역을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압승으로 3연승을 내달린 문 후보가 수도권에서도 지지세가 결집될 것으로 보여 1차에서 과반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대선 본선 무대에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