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행정개혁위원들은 지난 4일 '2017년 제1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개최, 금년도 국세행정 운영방향 등을 논의하고 국세청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신고안내문 개선, 세금신고·납부서비스 강화
근로·자녀장려금 수급대상 확대 등
국세청이 중소·영세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납세자의 권리사항을 선언하는 납세자권리헌장을 10년 만에 개정한다.
국세청은 지난 4일 '2017년 제1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금년도 국세행정 운영방안, 성실납세 지원 확대방안, 납세자 권익보호 강화방안, 근로·자녀장려금 집행성과 및 향후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국세청은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국세청의 본연의 업무인 올해 세관 세수 232조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신고안내문을 개선하고 신고도움 서비스 확대, 납부서비스 향상, 상담품질 제고 등을 통해 성실납세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납세협력비용을 3차로 측정해 납세자의 체감도가 높은 감축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에 1차 측정이 이뤄져 납세협력비용이 7조630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2011년에 2차 측정 때는 9조8900억원의 비용이 납세협력에 쓰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영세납세자가 본업에 전념하도록 세무조사는 예년보다 적은 1만7000건 미만, 사후검증은 2만2000건 미만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단, 고의적 탈세와 체납에는 엄중히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하고 연구개발팀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에 국세행정개혁위원인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성실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성실기업에게는 순환 세무조사 시 사전 예약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으며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투자세액공제 등 조세제도에 대해 납세자의 인식, 체감 효과 등을 대민기관인 국세청에서 수집하고 정리해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납세자권리헌장, 어떻게 개정될까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제정된 납세자권리헌장은 지난 1997년 처음 제정된 이래 2007년 한 차례 개정된 뒤 지금까지 수정이나 보완 등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헌장에는 세무조사권 남용 금지, 세무조사를 받을 시 조력을 받을 권리, 세무조사의 사전통지와 연기신청, 결과통지, 비밀유지, 정보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세무조사를 할 때는 조사요원이 납세자에게 반드시 납세자권리헌장을 교부하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납세자권리헌장은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그동안 세정환경이 급변하면서 바뀐 인식과 여러 상황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다.
이에 국세청은 그간의 권익보호 성과와 성숙된 납세의식 등을 반영하고 학계, 경제·직능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헌장을 개정하기로 했다. 헌장에 담길 사안은 조사과정 중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제한하고 납세자의 동의없는 장부와 서류를 임의로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다.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세무조사 기간 연장과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심의 과정에서 납세자의 의견 제출·진술 기회를 확대하고 권리보호요청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납세자가 관할관서 또는 상급관서에 납세자권리보호요청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납세자가 조사과정에서 조사팀에 중복조사를 주장하면 조사팀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즉시 통보하도록 해 별도 신청없이도 권리보호요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납세자보호담당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외부법률 전문가 채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이동근 부회장은 "기업들의 에측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해 세무조사 기간 연장 결정을 최대한 신속히 통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서웠던 신고안내문, 친절하게 바뀐다"
일부 납세자를 선별해 '경고문'에 가까운 신고안내문을 발송했던 전례가 사라지는 대신 친절한 안내문이 그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과거 안내문은 "이런 저런 탈세 유형이 있고 당신의 사업장은 A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많으니 제대로 신고하라"는 내용으로 작성돼 납세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은 물론 잠재적 탈세자로 취급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이에 국세청은 안내문에 납세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탈세 유형 등을 넣기 보단 납세자 설문조사와 해외사례 등을 통한 정책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문안을 활용해 납세자들의 심리적 압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고안내문은 탈세유형과 추징세액에 얼마였다는 사례를 나열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내일, 오늘의 성실납세로 시작됩니다", "세금은 국가와 당신의 소중한 약속입니다"라는 문구로 감성을 자극하는 식이다.
아울러 종합소득세 신고도움 서비스, 상속·증여재산 사전평가 서비스를 개통해 맞춤형·통합형 정보를 제공하고 세금신고와 납부에 어려움이 없도록 종합소득세 신고 시 'ARS 모두채움 신고방식', 파생상품양도세 모두채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 시행으로 약 150만 사업자가 ARS 전화로 한 번에 종소세 신고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은 "납세자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효과적으로 탈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안내, 사후검증, 세무조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전규안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의 전산입력 업무가 증가한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려금 수급기준 완화·우선심사 도입"
국세청이 저소득층 지원제도인 근로·자녀장려금의 수급기준을 완화하고 우선심사제를 도입해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우선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정소득 이하인 가구에게 지급되는 근로장려금과 일정재산 이하이면서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지급되는 자녀장려금은 지난 2009년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880만 가구가 총 6조5847억원을 지급받았다.
저소득층에게 일정소득에 따라 현금을 지급해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수급대상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단독가구 연령을 50세 이상에서 올해부터 40세 이상으로 낮추고 자녀장려금 재산요건을 기존 1억4000만원에서 올해부터는 2억원 미만으로 완화해 수급대상을 대폭 늘렸다.
장려금 신청자들이 대부분 생활이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조손가구, 중증장애인가구, 다문화가구 등을 위해선 우선심사제를 시행해 장려금이 우선 지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5월에 신청을 받아 심사과정을 거친 뒤 가을께 지급하는 구조이다.
또한 수급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휴·폐업자에게 장려금 신청을 안내하고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신청안내, 간편신청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수급대상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자 지원을 위해 사업자 대상 근로장려금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장려금 지급 대상 범위를 확대하면 행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국세행정개혁회의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백운찬 회장은 "성실신고 확인제도와 관련해 세무대리인의 권한 범위 등 기준을 명확히 하고 비용 보전을 위해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다수의 국세정개혁위원들은 "업무용 스용차 비용 인정을 위한 운행기록부 작성의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명단] (위원장 이하 가나다 순)
원윤희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위원장)
김유환 진영공업 대표이사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김호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회 부의장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신임위원)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이사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은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전규안 한국납세자연합회장
최수규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신임위원)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김봉래 국세청 차장(당연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