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매각에 여러 회사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점차 도박판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칩 부문 입찰에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브로드콤이 모두 2조엔(180억 달러)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만의 혼하이(폭스콘)가 3조엔(270억 달러, 31조원)을 제시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혼하이가 31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은 공장 이전을 우려하는 일본 관리들이 대만과 중국 기업에게는 매각하기 꺼려하는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높은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의지를 꺾어버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일본 당국의 정치적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시바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 기업들이 호가초-호스히키(작은 금액을 여러 기업들이 모아서 만드는 지역사회 자금조달 방식)를 통한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바는 엘리베이터에서 전구까지 600가지가 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일본의 전자 대기업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력 발전 부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고 메모리 사업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래 기술 사업에서 칩 제조가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어떻게든 국내 기업들의 인수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에 후지필름 홀딩스는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플래시 메모리 사업이 일본의 성장전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보다는 외국 기업에 도시바 메모리 부분의 매각이 유력했다.
혼하이 테리 궈 회장의 터무니없는 금액 입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할 당시에도 일본 정부의 반대에 직면하자 샤프 경영진을 협상으로 내몰기 위해 극단적으로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우선협상 지위를 획득한 후 최종 협상과정에서 가격을 대폭 낮춰서 손에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
일본의 걱정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바가 가진 지적재산권을 중국으로 가져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혼하이는 SK하이닉스 등 여러 입찰 참가자들과 공동입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도시바 입찰에는 SK하이닉스나 브로드콤, 그리고 혼하이를 제외하고도 사모 투자 펀드 실버 레이크도 단독 제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7일에는 헤지 펀드 에피시모 캐피털 메니지먼트까지 가세해 지분을 9.8%까지 끌어올리며 열기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적정가격은 1조5천억 엔~2조엔(15조원~20조원)으로 추정됐지만 여러 인수자들이 참여하면서 3조 엔까지 치솟으며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바는 6월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수기업을 선정한 후 내년 3월까지는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