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최한 '국세행정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및 패널들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과 국세청 개혁방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패널토론이 끝난 뒤 방청객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조세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장의 임기를 법으로 명시하는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세청장을 내부인사로만 하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으며 국세공무원을 특정직으로 전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찬성표가 우세했다.
지난 10일 조세일보와 정병국·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대표의원 이언주·최운열), 김관영·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국세행정 발전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국세청장 임기제를 규정한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앞서 국세행정 발전방안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는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오문성 교수는 "국세청장의 임기는 국내 다른 기관 수장의 임기를 고려해 2년 또는 3년 단임제로 해야 한다"며 "국세청장 자격에 내부승진만 요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전문성을 고려해 국세청장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요건에 대해 국세청법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강성태 전 서울시립대·그리스도대교수(前 대전지방국세청장)는 "국세청장 임기제는 국세행정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필요하다"며 "임기문제는 국세행정 개혁 목표인 납세자 서비스 개선에 비춰 판단해야 하기에 단기보다는 중장기에 걸쳐야 한다. 중장기 개혁은 리더십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를)4~5년 하고 연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장 내부승진과 관련해선 "국세청장 임용자격은 국세업무에 대한 실무지식 보단 정부조직을 잘 경영하는 능력, 혁신, 첨령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에 외부인도 열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는 "최근 최순실 인사개입 사건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세청 등은 청와대는 물론 국회로부터의 독립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며 "미국 FBI 국장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데 국세청도 (정치에 개입한다는) 오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국민이 직접 국세청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의 핵심은 인사권의 독립이다. 국세청법 제정 여부에 상관없이 국세청장 및 고위 세무공무원의 인사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대안은 국세청장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거나 이것이 비용이 많이 든다면 그 내막을 잘 아는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세무행정과 관련된 전문자격사가 선거권을 갖고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찬성은 하지만…
금품비리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국세공무원의 업무 특수성을 인정해 처우를 개선해주자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정직 전환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지위를 보다 안정적으로 해주는 대신 권한남용 금지를 국세청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오문성 교수는 "국세 징수 및 행정에 대한 난이도나 업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검찰청이나 경찰청 등과 같이 국세공무원도 특정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국가공무원법, 형법, 공직자 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조세범 처벌법 등을 통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 별도의 규정을 추가로 제정할 필요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대로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강성태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김상철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박재환 중앙대 교수,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토론회 사회를 맡은 안창남 강남대 교수(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공동회장)는 "국세청에 입사할 때는 비전문가이지만 입사하고 5~10년 뒤 그들의 노하우는 어느 전문자격사도 따라가지 못할 소중한 지식"이라며 "국세공무원을 정당하게 대우해주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날 것 같지 않지만 그동안 부처 이기주의로 국세청법 도입이 좌절된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훈 교수는 "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찬성하지만 인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국세청법에 국세공무원의 권한남용 금지를 명시하자는 것에 대해선 "국세청의 전문성을 인정해 권한을 주고 책임도 규정하자는데는 찬성"이라며 "다만 국세청이 2만명이나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항상 책임을 강화해왔고 감당하기 힘들 수준으로까지 강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태 전 교수는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에 대해 반대했다.
강 전 교수는 "정부인사 정책방향은 (특정직을)점차 폐지하고 일반직으로 통합해 별도직군으로 운영하겠다는 정부 방향과 충돌될 수 있다"며 "특정직 전환보다는 일반직에서도 별도직군으로 운영해 특정직 효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 교수는 국세청 고위직을 세무조사관이란 명칭으로 통일하고 검사와 같은 신분보장 및 대우를 하는 한편 세무조사관 및 가족의 재산변동 상황을 때마다 점검해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외부 감독 기구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세청 차장의 업무가 과중해 복수차장제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데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업무 분담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오문성 교수는 "국세청 차장의 업무가 과다함에 따라 세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복수차장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시점"이라며 "국세청 차장을 1차장과 2차장으로 복수 임명하고 기획, 인사, 예산을 담당하는 업무와 징수관리 및 세무조사 등을 담당하는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훈 교수는 복수차장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복수차장제를 인사와 예산 등의 기능과 징수 업무 기능으로 나누자는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국제파트로 나누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파트로 업무영역 확대해 차장을 하나 더 둬서 업무 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만식 대표도 "현재 국제조세 분야가 중요하고 외국계기업 역외탈세 문제 등이 발생하는데, 국제조세관리관은 과거 1급에서 후퇴해 지금까지 2급으로 남아 있다. 복수차장을 설치해 한 명은 국제조세를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칭 국가세무조사위원회 등과 같은 국세청 세무조사 행정 등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별도 기구 도입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세청에 설치된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아닌 제3자 위원회가 필요하고 제대로 작동되게 하려면 위원 임명권과 임기보장,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법으로)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문성 교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국세행정 전반과 세무조사의 공정성 및 투명성,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정 주요사항에 대한 심의·자문을 하는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이미 있다"며 "추가적인 위원회 구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토론을 참관한 안연환 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플로어 발언을 통해 세무조사 감독을 위한 기구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회장은 "세무조사권과 행정권, 임명권은 다 국세청장에게 있다"며 "공정성과 투명성 면에서 위원회가 필요하다. 투명성, 공정성, 권력의 독립성 추구한다면 반드시 세무조사위원회 같은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의 토론이 끝난 뒤 객석에서 발언한 2인. 왼쪽은 안연환 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오른쪽은 민진기 도봉세무서 조사과 팀장.
'국세청-세제실' 통합해야 할까?
업무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의 세제실을 통합하자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견을 보였다. 발제자로 나선 오문성 교수는 조세정책 수립과 징수 업무는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며 통합을 반대했지만 김상철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국민들의 재산권과 생활에 직결된 조세정책과 국세행정은 다른 분야에 비해 사회적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조세정책에 있어서 현실성이 결여되면 합리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를 집행하고 있는 국세행정은 납세현장 곳곳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급격하게 변하고 거래형태나 유형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정책과 행정의 조화가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재부 가지고 있는 조세정책 기능과 국세행정 기능이 분리된 것보다는 두 기능이 결합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토론회를 참관한 민진기 도봉세무서 조사과 팀장은 플로어 발언을 통해 국세청법 도입할 경우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 등이 국세청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 팀장은 "미국 국세청 구조개혁법을 보면 대통령과 비서실이 세무조사에 영향력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장관도 마찬가지"라며 "이 조항을 어기면 재무성과 국회에 보고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명문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