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19일 열린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나와 '증세' 구상 등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기호순)는 '증세' 구상 등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였다.
5명의 대선후보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조세 정의 및 세목 조정에 대한 공통질문을 받고 증세와 조세 형평성 등에 대해 조세불평등 개선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지적했지만 증세 문제에서는 제각각 결을 달리했다.
문 후보와 유 후보는 이날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부의 조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를 약속했다. 이들은 또 일자리 창출 및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추가 증세도 가능하다는 데 궤를 같이했다.
안 후보는 정확한 소득 파악과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지목했고 심 후보는 탈세 방지를 위해 투명성 제고를 강조하며 복지를 위한 사회복지세 신설을 제시했다.
반면 홍 후보는 부자 및 기업에 대한 증세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히려 홍 후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는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文 "조세 공정성 회복 시급" VS 洪 "법인세 감세해 기업 기 살려야" = 이날 문 후보는 조세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지속적인 부자감세와 서민증세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 그 조세의 공정성과 조세정의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세는 다시 부자,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중산층, 서민들에 대해서는 세 부담 증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소득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과표 500억 이상 대기업에 대한 명목세 법인세 인상 등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후보는 "작년 10조원에 이어 올해는 8조원 정도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이 세수를 활용해서 일자리 만들기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35~40%가 면세 대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목하며, 상위 20%가 우리나라 전체 소득세의 93%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이 때문에 부자를 대상으로 감세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법인세 같은 것도 감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지 기업에 투자를 이끌어내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우리가 주로 봐야 할 것은 탈세다. 기업이나 특히 전문가 직종의 세수결함이 많을 것"이라면서 "탈세를 적극적으로 막아서 제대로 거둬들이는 것이 조세정의"라고 단언했다.
안 후보는 조세형평을 위해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첫 번째로 소득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이 중요하다"면서 "소득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되면 돈을 많이 버는데도 세금을 적게 낸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이 굉장히 열패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둘째로 누진제가 제대로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법인세만 해도 몇 년 전 통계를 보면 순이익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실효세율은 16%이거나 그 이하인 더 적게 버는 쪽은 18%인 통계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따라서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직접적인 증세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다.
유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중부담-중복지' 기조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유 후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재산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소득이 더 많은 사람, 재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세금을)더 내는 이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그런데 많은 대선후보가 수많은 복지 공약을 내놓으면서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지 전혀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박근혜 정부가 했던 것이다. 2012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 것 같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여러분이 복지나 교육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증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는 "(저는) 중부담-중복지를 향해 나가도록 하고 국민들과 합의해서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원한다면 단계적인 증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심 후보는 조세정의를 크게 2가지로 구분해 문제제기하며 사회복지세 도입을 제안했다.
심 후보는 "200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10만원은 너무 큰돈이다. 그러나 2억을 버는 사람은 1000만원을 세금으로 부담해도 1억9000만원을 쓸 수 있다"면서 조세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세금은 공동체를 위한 나눔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면서 "누진적으로 권력 있고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불법 탈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번째는 낸 세금만큼 복지든 뭐든 돌아와야 하는데 나가는 것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 후보는 "복지에 필요한 돈을 그 목적으로만 쓰는 사회복지세를 국민들께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 文 대 安·劉·沈 '공방'…증세-재원 놓고 '설전(說戰)' = 대선후보들은 증세와 관련된 공통질문이 끝난 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재원마련 방안과 세금 구상을 두고 설전을 주고 받았다.
특히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포문은 유 후보가 열었다. 유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2028년까지 50%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무슨 돈으로 올릴 계획"이냐고 따졌다.
이에 문 후보는 "10% 올리는 것은 어느 정도 기간과 어떤 비율로 올리느냐에 따라서 재원대책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설계만 잘하면 국민연금의 보험료 증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참여정부 때 이 문제와 관련해 50%에서 40%로 내리는 조정을 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50%으로 올리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어떤 방법으로 돈을 마련해서 10%를 올리겠다는 것인지 말을 해야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문 후보는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안 후보도 문 후보를 향해 "국민연금은 사각지대 해소가 해결돼야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도 소득대체율을 먼저 올리겠다고 하는 것이냐"며 공세에 가세했다.
이에 질세라 문 후보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동의하고 소득대체율 높인다는 것은 국회 특위서 합의된 것이고 그때 다들 합의했던 분들"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유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서도 "공약을 보면 5년간 200조원 쓰도록 돼있는데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한 부분을 보니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가 이야기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이 돼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억지로 뒤집어 씌우려하는 것 같다"고 웃어넘기면서 "세금은 올려야 한다고 본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순서가 있다. 정부재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한 점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공평 과세하고 나머지 부분은 국민 동의를 얻어서 증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심 후보도 공방에 가세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문 후보의 복지공약이 굉장히 많은데 증세계획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면서 "자신 없는 공약은 내지 말아야 하고 일단 냈으면 책임 있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문 후보는 "방침만 발표하고 구체적 설계는 뒤에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홍 후보는 "토론하는 것 보니까 기획재정부 국장들끼리 논쟁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은 경제 철학이나 사상, 통치철학을 갖고 덤벼야지 숫자 하나 하나 따지는 것은 대통령 역할이 아니다. 유감"이라고 힐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