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개헌.정계개편론 `솔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개헌론과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헌 언급 =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8일 중앙일보와의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국민 과반수 동의를 전제로 "개헌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을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손관수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대가 변하니까 헌법에 대해서도 손질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개헌 필요성에 동조하며 "내년 하반기가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앞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28일 지론이기도 한 `양원제'를 다시 한번 화두에 올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산행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지방자치연구소를 운영할 때, 가는 곳마다 주제가 균형이었다. 균형없이 통합없다는 말이 나왔다. 상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했다"고 소개한 것.

이처럼 정치권에선 개헌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이지만 당장 개헌논의에 착수하는 데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도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논의 착수"를 주장했다.

앞서 이해찬(李海瓚) 총리도 지난 3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개헌론과 관련, "4년 연임제로 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는게 타당하다고 본다"면서 개헌논의는 내년 하반기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개헌론이 솔솔 제기되는 것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이 집중돼 있고, 책임정치구현과 거리가 있으며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초래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국회의원 선거가 잇따라 있어 개헌논의의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권력구조개편 방향은 4년 중임 대통령제 뿐만아니라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 외치를,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형태의 이원집정부제, 순수 형태의 내각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개편 문제는 각 당의 집권전략과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정략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론화되기까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정계개편론 = 박 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에 대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박 대표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와의 개별회동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 `야3당 연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앞서 한나라당내 보수성향인 이상배(李相培)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을 아우르는 보수대연합 즉 `한민자 연대'를 적극 제기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한민자 연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권탈환을 위해선 `영남당'을 벗어나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호남.충청권과의 연결고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정.부통령제'를 언급한 데 대해 이와같은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표가 2007년 대선 자신의 거취와 관련, 양보 가능성까지 거론한 데 대해 `한민자 연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한민자 연대'에 대해선 3당의 계산이 각각 다른 데다가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정계개편론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당장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는 민주당과의 합당문제.

당권주자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고, 문희상(文喜相) 한명숙(韓明淑) 의원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개혁과 실용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되면서 당내 실용파들이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의원들과 연대,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수준이다.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신당' 창당 움직임도 정계개편과 관련,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각 당마다 사정이 복잡해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 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