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조사사무처리규정의 '현장확인'이라도 조사목적과 조사방법에 따라서는 세무조사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국세청 훈령인 구 조사사무처리규정의 '현장확인'을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해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 조사하는 경우 '세무조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과세당국은 지난 2008년 12월 1차로 납세자인 A씨의 사업장에서 A씨와 그 직원들을 직접 접촉해 9일에 걸쳐 2005년 제1기부터 2008년 제1기까지의 매출에 대해 '현장조사'의 방법으로 질문조사권을 행사하고, 과세자료를 얻었다(1차 조사).
이후 2009년 2월 다시 세무조사에 착수해(2차 조사) A씨에게 2005년 제1기부터 2008년 제1기까지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원심인 서울고법은 1차 조사가 조사사무처리규정상 '현지확인'으로서,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차 조사가 중복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한 것으로서(조사목적), 납세자의 사무실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 기간동안 장부 등을 검사·조사하는(조사방법)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무조사'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경우 중복세무조사는 금지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의하면 세무공무원의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통상적으로 이에 수반되는 간단한 질문조사에 그치는 것으로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큰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세무조사'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과세당국의 조사목적과 조사방법 등이 납세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지확인(현장확인)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과세관청의 조사활동 중에서 횟수의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과 중복조사가 제한되는 것의 경계를 긋는 중요한 문제이다.
만일 조사사무처리규정의 현지확인(현장확인)임을 이유로 무제한으로 조사를 허용한다면 중복세무조사의 금지가 무력화될 염려가 있다.
반면, 간단한 사실관계의 확인을 위한 대면조사까지 모두 세무조사로 보아 재조사를 금지한다면 공평과세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판례로 보인다. [대법원2017.3.16. 2014두83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