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조기대선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20%대로 주저앉자, 선거 전략의 새판을 짜고 젊은 층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 측은 당장 경선과정부터 바뀐 목을 긁는 목소리로 강철수, 루이암스트롱 등의 별명을 얻으며 순둥이 이미지를 탈바꿈했던 시도를 멈추고, 새 인물, 새 정치라는 '인물론'을 앞세워 "더 나은 정권교체, 더 나은 인물"을 강조해 나갈 계획이다.
또 네거티브 공세 전략을 선회하고, 정책과 비전 제시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승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모호한 정체성 지적을 받은만큼 완급 조절을 하는 한편, 비교적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노년층 보다는 20·30 젊은 층 세대를 집중 타깃으로 삼는다.
□文-洪 '샌드위치' 공세에 지지율 급락한 安, 돌파구는 '인물론' = 안 후보 측이 선거 운동 기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접전을 보였던 양강구도가 붕괴된 것에 이어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턱끝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안 후보는 경선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상당 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등 양강 구도를 이어왔다. 이에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의 각종 의혹 제기와 검증 압박에도 강경 대응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국민들에게 기득권 정치의 싸움으로 비치며 실망감을 안겨준 것으로 판단, 국민의당은 콘텐츠 중심의 인물론 전략을 통해 표밭 다지기를 위한 영점 조정에 들어갔다.
인물론은 문 후보와 홍 후보를 옛 인물로 규정한 뒤 비교적 정치계에서 새 인물로 평가받는 안 후보를 '젊은 대통령', '미래 대통령' 등의 이미지로 띄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안 후보가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과 학제개편 등의 정책 분야 전문성을 내세워 지지율 반등을 노린다는 게 핵심이다.
당에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두고 상대의 네거티브 공세와 색깔론 등에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판단, 이 프레임에 빠져나오겠다는 계산이다.
당 대표인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의 네거티브 대응에 대해 "너무 여기에 집착해서 자꾸 방어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이라면서 "선거는 공격이지 방어가 아니다. 방어하기 시작하면 그 프레임에 갇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안 후보는 싸움닭이 아니다"라며 "결국 정책과 미래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안 후보에게 네거티브에 방어하거나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대통합과 협치에 관한 구상 발표를 하고 있다.
□ TV토론에서 '자승자박'한 安, 미래와 콘텐츠로 승부 = 일각에선 안 후보가 상대진영의 후보들보다 정치경험이 적은 탓에 온갖 의혹과 검증에 대해 대처능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부분은 앞서 세 차례 걸친 TV토론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안 후보는 지난 23일 열린 TV토론에서 직접 "제가 갑철숩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며 자신을 둘러싼 일각의 풍문을 거론하고 문제 삼았던 게 스스로 악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안 후보 측도 그동안 비판을 받았던 네거티브 참여 등의 토론 방식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전략을 급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성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안 후보 측 미디어본부장인 김영환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카리스마 있는 후보의 모습을 원해 주먹을 불끈 쥐고 무엇이든 끝장을 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 같다"면서 "치고 들어가서 밀어붙이는 것이 네거티브로 비치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 콘텐츠를 갖고 승부하자는 것은 국민의당의 기조가 될 것"이라며 "지난 토론도 우리가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방향 전환에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국민들에게 평가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도 지난 25일 열린 TV토론에서 "TV토론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과거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순간에 과거 이야기만 했다. 저부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궤를 같이했다.
□남은 기간 '젊은층 + 호남' 표밭 다지기 주력 =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젊은 층보다는 50대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남은 선거기간 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가 중심에 위치한 번화가 등을 찾아 20·30대 표심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최근 이탈하고 있는 호남민심을 다잡기 위한 지역동선도 수정 중이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24일 공식선거운동일 첫날 방문했던 호남을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찾으며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이날 유세 현장에는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주승용·박주선·천정배·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총동원되며 호남에 올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2011년 당시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내부 분석을 마치고, 젊은 층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순필 선대위 대변인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 기자와 만나 "큰 흐름은 세대와 지역별로 맞춤형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조"라면서 "당 지도부는 지역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안 후보는 남은 기간 정책과 비전을 앞세워 젊은 층과 스킨십을 강화해 소통해 나가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