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권이 기업을 '겁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세청법' 제정 등 국세청의 독립성 제고 및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 주최로 열린 '국세행정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국세청장 임기제를 명시한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강성태 전 서울시립대 교수(前 대전지방국세청장)는 "국세청장 임기제는 국세행정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으며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최근 최순실 인사개입 사건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세청은 청와대는 물론 국회로부터의 독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의 위해 국민이 직접 국세청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뿐 아니라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문제와 권한남용 금지 방안, 복수 차장제 도입, 세무조사 감독 기구 신설 등 국세행정을 둘러싼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다.
대선후보들, 국세청 독립성 제고 '한 목소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사상 유례 없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대선주자들 역시 국세청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구축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세일보는 지난달 11일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시작으로 각 당 주요 대선후보들과의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인터뷰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됐는데,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국세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경유착, 정치적 보복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세청이 언급됐다"며 "비단 국세청만이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 역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公僕)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정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세청의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과세를 하더라도 해당 사실이나 과세의 규모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타 부처에 정보공유조차 안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국정조사에서 국회 요청에도 개인 과세정보 또는 법인 영업상 기밀사항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면서 "국세청의 조사권으로 인해 파악한 정보는 조사대상자 또는 기관의 다른 법률 위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료요구에 불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금융실명법 위반 사례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소극적 유권해석 또는 고발권 미행사로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체납자가 많다"며 "결국 국세청의 투명성 부족으로 행정력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국세청의 투명성 강화와 책임성 제고 후에 국세청 독립 등의 사안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가의 4대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은 당연히 정치적 중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특히 검찰과 경찰 수장에 대한 임기제를 도입했는데 국세청 역시 청장 임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보장하고 세무조사 대상선정 및 진행을 투명화해서 부패와 불공정이 용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세행정을 시스템화해야 한다"면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