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달 29일 광주 충청로 사거리를 찾아 호남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 문 후보측)
文 지지율, 安 압도 "될 사람 찍어야제"…부동층도 눈에 띠어
'5·9대선'을 앞두고 호남이 뜨거워지고 있다.
광주와 호남을 뿌리로 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쟁하게 되면서 호남의 민심 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그동안 야당 대선후보가 믿고 기대는 '호남'이었다면 이젠 '정권교체 적임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줘야만 한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달 17일 이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기 매주 광주와 호남지역을 순회하며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달 18일에 이어 황금연휴 첫날인 29일에 전북 익산과 전남 순천, 광주, 목포를 차례로 돌며 호남 집중유세를 다녔다. 익산역 유세에선 익산역을 배경으로 한 나훈아의 히트곡인 '고향역'을 작곡가 임종수씨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 무려 1000㎞에 달하는 강행군이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달 17일부터 호남을 찾았다. 일주일 후인 지난 달 24일에도 전남 목포와 나주, 광주 등을 순회하며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해 애썼다. 목포에선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일인 9일 이전에 다시 호남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의 부인들도 적극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서고 있다. 문 후보의 아내 김정숙 씨와 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 씨가 지난 달 16일 광주시청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광주시 부활절 연합예배'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숙 씨는 지난 추석 이후부터 반년 넘게 매주 1박2일 내려와 지냈고, 선거운동 초반에는 거의 호남에 상주하며 '호남특보'역할을 하고 있다.
□ 확실히 밀어주는 '호남' 이번엔 누구? 文vs安 민심잡기 경쟁 치열 = 호남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6차례의 대선에서 정통적인 민주당 후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95.9의 지지를 보냈던 광주는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게 97.3% 압도적 지지를 보내며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부산'이 고향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95.2%의 지지를 몰아주며 정권 재창출을 해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79.8%가 지지했고, 2012년 18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92%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해 4.13총선에서 민주당 분당으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지게 되면서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해 20대 총선에선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했지만 최근 지지율에선 국민의당 안 후보가 민주당 문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 직접 만난 호남 시민들, 12명 중 8명 '투대문' = 실제 호남 민심은 어떨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20%p이상 앞서고 있는 결과가 나오는 만큼 직접 만난 호남인들은 다수 문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광주 충장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은 이모 씨(28세·남)는 "적폐청산을 할 확실한 사람이 문 후보"라며 "주변 친구들도 많이들 같은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익산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2012년도에도 문재인 후보를 찍었고, 이번 경선 때도 문 후보를 찍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당연히 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일편단심' 지지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충장로 거리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오늘 문 후보가 유세를 한다고 해서 1시간에 걸려 충장로로 왔다"며 "인수위 없이 바로 시작되는 상황이어서 준비가 많이 돼 보이는 문재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살 아이를 키우는 목포 시민 한모 씨(38세·여)는 기자에게 "어른들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분이 꽤 있는 거 같지만 어른들도 안 후보 토론실력이나 주변 사람 관리하는 걸 보고 박근혜랑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신다"며 "저도 부인 김미경 씨 갑질 문제나 'MB아바타' 논란에 많이 실망했다. 이번엔 무조건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이다"고 말했다.
특히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던 호남인만큼 정권교체를 위해 가능성이 높은 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익산에 사는 양모 씨(70세‧남)는 "문재인이 '왔다갔다' 하는 경향이 있어서 미덥지 않다. 원래는 이재명을 지지했다"면서도 "그래도 문재인이 될 것 같으니 뽑아야지. 그동안 우리가(호남 지역이) 너무 고립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전남 순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심모 씨(30‧남)는 "시골에서 어르신들과 대선주자를 주제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민주당 경선 때는 이재명 지지자들이 많았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당선된 후 처음엔 불만이 많더니 지금은 될 사람을 찍어야한다며 많이들 (문 후보를)지지 한다"고 민심을 전했다.
이어 "나 역시 문 후보 보다 진보적 성향이지만 현실적으로 문 후보를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40석이라는 국민의당의 적은 의석수를 꼬집으며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광주에 사는 50대 남성 이모 씨는 "40석으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나. 민주당이 되어도 '여소야대' 아닌가"라며 "그래도 민주당이 되면 적어도 자유(한국)당과는 연정이니 뭐니 하는 말 안할 거 아닌가. 또 김종인(전 대표)까지 끌어들여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압도적으로 문재인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만난 20대 여성 안모 씨는 "토론을 본 후 문 후보에서 심 후보로 마음이 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심 후보가 안 될 확률이 높아 투표까지 할진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달 24일 광주시 전남대 후문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安 똑똑해 보이지만 인성은 文" 아직 마음 못 정한 부동층 = 하지만 아직 다음 대선주자로 누구를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상당수였다.
광주 충장로에서 악세서리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씨(20대‧여)는 "어떤 후보도 마음이 가는 후보가 없다"며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는 "토론회를 봐도 잘 모르겠다"며 "다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은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씨(26‧남)는 "확실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다. 그래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중에 선택할 것 같다"고 답했다.
광주송정역에서 카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 누구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며 "그래도 투표는 하려한다. (선거일) 닥쳐서 마음을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는 김씨(53‧여)는 안 후보를 언급하며 "가장 똑똑해 보이는 후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할 상황에서 적합해 보인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인성은 문 후보가 좋아 보인다. 아직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