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8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제공=바른정당)
지방선거 앞두고 탈당 불거질수도, '통합 리더십' 보여야
5.9조기대선 이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행보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허약한 정당 기반 탓에 향후 정치적 인생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5·9대선에서 유 의원은 개표마감 결과, 총 3267만2101명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 중 220만8771표(6.76%)를 얻으며 4위를 기록했다.
3%의 바닥을 헤매던 지지율과 비교하면 6.76%의 득표율은 상당한 성과다.
특히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는 선거막판까지 후보단일화에 휩싸이며 '샌드위치' 신세에 처했고, 당 안팎으로는 13명의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선언하면서 사퇴 압박까지 거세게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정치 철학과 소신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여기에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향한 비난과 유 의원을 향한 동정여론이 형성되면서, 중도 보수를 자처하는 유권자들과 일부 젊은 층의 표심이 유 의원으로 흡수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유 의원은 이번 대선을 통해 보수도 혁신하고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향후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통 자리를 놓고 싸워나갈 수 있는 밑거름을 확보했다. 선거 막판에는 온라인 당원 수 가입과 함께 후원금이 물 밑 듯이 몰려오기도 했다.
□ 바닥 지지율에서 6.76% 성과…새 보수 리더십 한계 = 하지만 유 의원과 바른정당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당장 탈당파로 인해 당의 전력을 잃었고 겨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마저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 경쟁을 벌일 경우, 탈당하는 의원들은 또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초반 지지율보다 배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지만 10% 득표율 획득에 실패하면서 선거 자금을 보전(10%~15%득표율일 경우 선거 자금의 절반이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정당의 곳간이 비게 된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 책임론은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는 문제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대한 지금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지방조직을 다져놔야 한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이들의 러브콜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국민들의 지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 등을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단속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보수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당을 이끌어나갈 핵심 멤버로서 리더십을 국민들께 제시해야 기로에 놓여있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당은 당대로 정체성 확립과 지역 조직을 다지는 게 숙제이고 유 의원은 당내 유일하게 인정받는 리더이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그래야 당이 안정적으로 클 수 있고 유 의원도 뒷받칠할 수 있다. 리더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해 기회주의자들이라는 비난 여론이 대부분이지만, 당 와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유 의원에게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 자유한국당으로 건너간 장제원 의원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리더십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있었다"며 "(단일화 주장에 대해) 당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할 때 실망감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선대본부장, 상황실장, 대변인단을 거의 다 측근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탈당파의 정치적 도의와 신의 문제를 차지하고 유 의원이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것이 그에게 남은 과제란 점만은 분명하다.
□ 보수정부 9년, 책임·배신자 프레임 극복도 관건 = 또한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간 집권여당 지도부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유 의원의 향후 정치 인생에 걸림돌이다.
특히 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여론을 극복해야 한다. 유 의원도 이를 공감한 듯 대구민심 되찾기를 강조하며 이를 발판 삼아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정당 싸움에서 우위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유 의원은 지난 13일 '대구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마지막에 국민들이 (바른정당에) 곁눈질해주기 시작하고, 젊은 층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 것이 이번 선거 결과로 나온 숫자로 해석한다"면서 "대구·경북(TK)에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을 이길 수 있으면 우리당은 보수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1년,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3년이 남았다"면서 "유불리를 생각지 않고 우리당이 국민 마음, 특히 대구·경북 시민들 마음을 얻는 것만 생각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고 강조하며 TK민심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8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제공=바른정당)
□ 보수 정당 차별화 제시해야, 존립기반 확보 = 전문가들 역시 바른정당이 보수정당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된 보수 행보를 보여야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은 유 의원의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대선 이후) 바른정당은 보수 차별화로 가야할 것이고 미래 보수가 어떤 보수인지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새로운 보수를 뒷발로 내걸고 보수 혁신 경쟁에서 자유한국당과 맞서야 한다. 이것은 특히 유 의원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동영 실장은 "유 의원은 보수간의 싸움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선을) 완주하는 모습이 향후 정치적으로 유 의원 뿐 아니라 바른정당의 새로운 가치, 보수 가치를 만들어가는 길을 만들어줬다. 유의미한 도전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역시 자유한국당과 정책, 가치 등의 다른 노선을 내세워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 지도부와 유 의원 모두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에 정치권에선 원내20석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보수 재편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 나와 "(바른정당은) 가치 정립이 우선"이라면서 "그래서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또 공동체에 대해서 책임과 희생을 지는 보수가 보수의 주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수가 20명에 불과하고 당원수가 적지만 앞으로 보수정당이 살 길은 바른정당식의 보수여야만 보수의 활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백의종군' 유승민 "우리 자신을 헐값에 팔아버리면 미래는 없다" = 유 의원 역시 '마이웨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지난 11일 소속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측의 제기되는 '통합' 논의를 경계하며 "우리 자신을 헐값에 팔아버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백의종군하면서 어떻게 하면 바른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올릴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정치를 하겠다"며 “저는 동작이 굼뜨고 해서 앞으로 바른정당이 깨지고 없어질 때까지 남아 있겠다"고 공언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 입각설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유 의원 측 지상욱 대변인은 구두 브리핑에서 "경제부총리 제의 받은 적 없다. 함께 경쟁한 대선 후보에게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예의가 없는 행태"라며 "제의가 오더라도 받을 가능성 제로(0)"라고 잘랐다.
유 의원도 "제안이 안 온 걸 뭐라 말하기 그렇지만 (받을) 생각 없다"며 "야당은 야당대로 역할이 있다.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한 것은 비판하는 야당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측근들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하려고 대선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