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명의신탁 합의가 없었음에도 합의가 있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한 과세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A씨 등 5명이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식의 실질소유자들과 A씨 등 원고들 사이에 명의신탁의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한 과세를 취소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K씨와 L씨는 각각 대부업체인 S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다.
갑은 주식회사 Q의 실질적인 대주주이고, 을은 갑의 지시를 받아 Q사 경영에 관여하던 사람이다.
을은 K씨에게 Q사의 신주인수권증권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해 줄 것을 요청했고, K씨는 L과 상의해 함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을은 K씨에게 여러 사람의 명의로 분산해 신주를 취득하는 경우 대량보유주식 보고의무 및 주요주주 주식 보고의무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이에 따라 K씨는 자신들의 지인인 A씨 등 5명에게 증권거래계좌를 개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K씨는 2010. 12. 20. 자신과 L씨, 그리고 A씨 등 5명의 지인들 명의로 29억5300만원을 신주인수권증권 행사에 따른 주식청약대금으로 투자해 Q사의 신주를 인수하고, 투자기간과 신주의 시장가액이 투자금액 대비 130%에 미달할 경우 주식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투자약정서를 작성했다.
Q사는 그 무렵 위 투입금의 담보로 K씨에게 액면금 30억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현금 6억원을 지급했다.
Q사의 경영을 맡고 있던 을은 K씨, L씨, A씨 등 원고들 명의로 2010. 12. 20. 신주 약 515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을 대금 12억490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날 매수대금을 조달했다.
K씨와 L씨는 2010. 12. 22. 신주대금 25억7800만원을 납입하고 자신들 및 A씨 등 5명의 원고들 명의의 Q사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A사의 신주 약 515만주를 취득했고, 이 주식은 2011. 1. 3. K씨, L씨, A씨 등 5명의 원고들의 각 증권거래계좌에 입고됐다.
Q사는 2011. 2. 24.경부터 'Q사의 플렉서블 기판 소재가 곧 제품화에 이를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성 보도자료를 수차례 언론에 배포했고, Q사의 주가는 1200원대에서 2011. 3. 22. 주당 2900원대로 급등했다.
K씨와 L씨는 Q사 경영을 맡은 을로부터 주식을 매도하라는 연락을 받으면 매도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2011. 3. 5.부터 2011. 4. 7.까지 Q사의 신주를 대금 합계 약 127억원에 전부 매도했고, A씨 등 5명의 원고들은 자신들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주식매도대금을 인출해 K씨, L씨에게 전달했다.
국세청은 K씨와 L씨가 A씨 등 5명의 원고들 명의를 차용해 주식을 거래했다고 판단해 상증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을 적용해 A씨 등 5명의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상증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은 주식의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합의 하에 명의자 앞으로 등기 등을 한 경우에 적용되므로 명의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명의자 명의를 사용해 등기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씨가 Q사와 사이에 투자약정서를 작성한 사실, K씨와 L씨가 신주인수권증권 행사에 따른 신주인수대금을 부담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Q사의 경영을 맡은 을이 자금을 조달해 Q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을 매수했고, Q사가 허위 보도자료에 따라 주가가 급등했으며, Q사의 신주 매도는 을의 연락에 따라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주식매도대금 약 127억원 중 K씨, L씨는 투입금액에 약간의 부대비용을 더한 금원을 회수했고, 나머지 금원은 갑, 을 등이 운영하던 또 다른 회사인 H사의 직원을 통해 갑, 을, H사에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 등 5명의 원고들은 모두 K씨, L씨의 지인으로 이들의 요청에 따라 원고들 명의로 개설된 증권거래계좌를 전달하고 계좌에 입금된 주식매도대금을 출금해 전달했던 것으로 보일 뿐 K씨, L씨 이외의 제3자가 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할 것을 용인하고 그러한 행위를 했으리라는 점에 대해 이를 인정할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Q사 신주의 실질소유주는 갑, 을로 보이고, A씨 등 원고들과 갑, 을 사이에 명의신탁의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Q사의 신주에 대해 A씨 등 원고들의 의사에 따라 명의신탁됐음을 전제로 한 증여세 과세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6구합581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