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 더 팩트>
청와대와 삼성 간의 '부정한 청탁' 연결고리를 밝히는 핵심 열쇠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능력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서 특검 측이 '안종범 업무수첩'을 증거로 제시하자 이 부회장 측은 즉각 반박했다.
특검 측은 수첩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관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보는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맞받았다.
특검은 업무수첩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을 상대로 작성 경위 및 이유,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신문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에게 "수첩에 적혀 있는 내용은 모두 자필기재가 맞느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을 추가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작성한 것이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모두 직접 작성한 것이며 평소 박 전 대통령이 빠르게 말씀하셔서 따로 의견을 추가할 여지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당시 주요 지시사항이나 전달사항,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나오는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며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주로 전화를 통해 전달받아 구체적인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주요 재벌 총수와의 독대를 마치고 안 전 수석에게 오간 대화 내용을 전달하면 이를 수첩에 그대로 받아적어서 업무에 참고했다고 안 전 수석은 밝혔다.
특검은 삼성 관련 의혹에 대한 여러 정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부분을 공개하며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의 주요 증거라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제시한 2015년 7월 27일 작성된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에는 '삼성·엘리어트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 대책 지속 강구'라고 적혀 있다.
이같은 내용이 작성된 시점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가 이뤄진 이틀 뒤 시점이다.
이를 두고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합병을 공격하는 엘리엇에 대해 도움을 요청해 박 전 대통령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특검은 수첩 내용을 전경련 회의록과 비교하며 수첩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2015년 7월 5일 작성된 전경련 회의록의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 발언과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며 안 전 수석에게 자필기재 여부를 물었다. 안 전 수석은 "모두 맞다"고 답변했다.
합병 관련 대통령의 '말씀자료'와 내용의 사실관계를 따져 봤을때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특검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업무수첩의 내용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 부회장 측은 "피고인이 조서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객관적인 방법에 의해 증명돼야 한다"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 독대하고 난 후 안 전 수석이 의견을 가미할 수 있어 이를 실제 상황으로 볼 수 없고, 업무수첩이 적법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인지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안 전 수석이 당시 배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달받은 바를 작성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