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 더 팩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부정청탁 및 대가성 여부를 풀 핵심열쇠로 꼽히는 '안종범 업무수첩'이 재판부에 의해 간접(정황)증거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새벽까지 진행된 이 부회장 재판에서 재판부는 수첩 존재 사실 및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내용을 간접사실로 인정해 정황증거로 채택한다고 결정했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이 독대할 당시 대통령이 '말'을 했다는 점만으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다만 수첩에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 오간 대화 자체는 간접사실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첩에 작성된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직접증거로써 효력이 없고, 수첩에 기재되었다는 '사실' 자체만 증거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진정성립과 무관하게 입증을 요하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추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정황증거로 채택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세차례 독대 당시 안 전 수석이 배석하지 않아 대화내용을 단순히 받아적은 '메모의 증거능력'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등 다른 증거물이 없는 이상 수첩을 유력한 정황증거로 활용해 심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신뢰성'을 놓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의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 측은 "피고인들은 여러번 법정에서 공소사실이 상상과 추측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는데 수사에서 중점으로 둔 사항은 물증이었다"며 "진술은 왜곡될 수 있어 지금까지 수첩의 정확성을 여러 차례 걸쳐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수첩의 '정확성'에 대해 특검은 "수사 초기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독대 당시 승마 관련 대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가 수첩을 제시하자 인정한 부분을 보더라도 그 신뢰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7월 5일 열린 전경련 회의에서 작성된 회의록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 발언과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면서 수첩에 작성된 내용이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특검은 "수첩에는 미르재단, 승마 금품수수 공여, 면세점, 금융지주 등이 기재돼 있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간것을 알 수 있다"면서 "독대 당시 명시적이거나, 최소한 묵시적으로 금품수수 및 뇌물 공여, 청탁 등이 있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