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의 명목세율(법정세율)을 건드리는 인위적인 '증세'를 대신해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과세특례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다.
새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가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늘리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는 하나, 당장 법인세율을 올렸을 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 우선은 조세지출을 대폭 축소하는 수순부터 밟게 될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달 초 발표될 '2017년 세법개정안'에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D 세액공제는 중소기업보다 일반법인의 공제 비중이 높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반법인의 R&D 공제액은 1조7763억원으로, 전체 감면액(2조7628억원)의 64% 수준이었다. 대기업 위주로 혜택이 집중되다 보니 법인 간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R&D 세액공제 축소 카드를 꺼낸 데는 MB정부의 감세정책 이후 낮아진 법인세 실효세율(실제로 부과되는 세금의 부담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여기에 정책 효과성이 미흡한 시설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를 줄여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법인세 실효세율 현황'을 보면, 2016 신고연도 기준으로 법인세 신고기업의 실효세율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오른 16.6%였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0.5%에서 2010년 16.6%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까지 16%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간 R&D 세액공제는 손질을 거듭했다. 2009년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은 3~6%였으나 이후 지원이 축소, 2015년엔 2~3%로 떨어뜨렸고 지난해 말에는 공제율을 1~3%까지 낮췄다.
대기업이 적용받는 R&D 세액공제를 줄여야만 법인 간 세부담 능력이 잘 반영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박기백·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한 조세 및 재정정책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R&D 공제율을 50% 인하했을 때 실효세율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4.77%에서 5.32%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장 세액공제를 줄였을 때 세수증대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투자의욕과 그로 인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1159개 기업을 대상으로 R&D 조세지원제도 개편에 따른 기업 R&D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85.7%가 R&D 조세지원이 축소될 경우 R&D 투자와 연구원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R&D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을 독력하는 차원에서 세제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세제지원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꼽을 수 있는데, 현재까지 조세 감면의 일몰 기한을 1년 연장하고 지원 금액도 높여 중견기업까지 수혜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고투공제는 신규 고용과 연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투자금액의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허용하기에 제조업과는 달리 투자금액이 적은 서비스업종은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제조업 고투공제 감면액은 4253억원으로, 전체 감면액의 90%에 달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전체 공제규모의 2%인 115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세금 감면 규모를 투자 없이 신규 채용인원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청년, 60세 이상(노령자), 장애인 등으로만 묶었던 채용 범위도 넓히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