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만 해도 내야할 세금의 일정 부분을 깎아주는 제도가 있다. 국세청의 세원파악 기술이 부족했던 지난 1982년 도입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다.
세금 감면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음지에 있는 세원을 찾아내 양성화시키겠다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취지였다.
35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이 제도는 '낡은 세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명계좌 제재 강화, 부동산실명제 등으로 국세청이 세원을 파악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진 만큼 이미 제도의 실효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목에서는 이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식'의 공제도 없다.
정부는 정책 목표를 달성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을 낮추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을 현 7%에서 3~4%포인트 내리는 내용을 내달 발표되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신고세액공제를 7%에서 3%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신고세액공제율이 3%로 내려갔을 때, 세수효과는 약 14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상속이 이루어진 지 6개월 이내이거나, 증여가 시작되고 3개월 이내에 납세자가 세무서에 자진 신고하면 납부해야 할 세금의 7%를 깎아주는 제도다.
그간 신고세액공제를 두고 못마땅하다는 눈치였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과한 공제로 연결되면서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공제율을 10%에서 7%로 낮춘 바 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재산가액 총액은 14조 6636억원이었는데, 자진신고로 인한 세액공제액은 2482억원에 달했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500억원 초과 피상속인(재산을 상속해줄 사람)의 1인당 공제금액은 618억원이지만, 과표 5억원 이하 피상속인의 공제금액은 3500만원에 불과했다.
증여재산도 과표 1억원 이하의 신고 건수가 3만2575건(공제액 103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도, 과표 50억 초과(공제액 740억원)에서 공제 비중이 컸다.
50억원 초과 구간에선 신고건수는 501건이었다. 작년 증여재산가액은 18조2081억원으로, 자진 신고로 3000억원(약 2952억원) 규모의 세금을 감면 받았다.
사실 신고세액공제를 당장 없애더라도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최대 40%임을 감안했을 때 성실신고를 유인할 수 있는 장치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납세 예측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낮추다 폐지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속 재산 총액이 아니라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과세표준을 적용해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인 '유산취득세'는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속인이 많을수록 상속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에 '부자증세'라는 정부의 과세기조에 부합되지 않다는 시각이 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