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를 벗어난 국내 증시의 활황 영향으로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와 함께 중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부분의 성장세가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탰다.
24일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자본규모 상위 10개사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4835억원으로 전년 동기(8304억원)대비 79% 증가했다.
개별회사기준으로는 미래에셋대우가 27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2706억원), NH투자증권(1956억원), 메리츠종금증권(1789억원), 키움증권(1332억원), 삼성증권(1226억원), 신한금융투자(938억원), KB증권(911억원), 대신증권(659억원), 하나금융투자(580억원) 순의 이익을 올렸다.
대형증권사 실적 순항…KB는 자회사 매각 손실로 적자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에 전분기 대비 48.5% 증가한 16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1102억원)에 이어 연이은 호실적으로 상반기에 2015년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인 2800억원에 근접한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는 기업금융(IB), 위탁매매,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업부문에서 순이익이 고르게 성장세를 보인 것이 강점으로 분석됐다. 특히 2분기에 1조2500억원에 달하는 코웨이를 비롯해 한라시멘트 등의 인수금융 업무, 삼양옵틱스와 ING생명 등 IPO주관, 한화생명보험 신종자본증권 발행, 롯데동탄개발사업 매입확약 등 다양한 IB거래를 성사시킨 영향이 컸다.
2분기 723억원의 수익을 거둔 트레이딩 부문은 1분기에 트레이딩 수익이 ELS조기상환, 채권금리 하락 등 우호적 시장 여건으로 크게 증가한 흐름이 2분기에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작년 말 합병관련 일회성 비용 약 1500억원이 이미 반영돼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본격적인 영업력 강화 효과로 IB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2706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1년간 올린 2367억원의 순이익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2분기 순이익은 1분기 우리은행 등 배당 관련 계절적요인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04억원 이익 규모를 키웠다. 2분기 파생결합증권 운용손익 증가로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증가, IB관련 수익이 부동산 부분에서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ELS관련 영업수익이 645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90.8% 증가한 운용부분의 경쟁력이 큰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장기적인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늘어난 19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이미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 기록인 지난해 2080억원에 근접한 실적을 상반기에 올린 셈이다.
기업금융(IB)의 수수료이익과 ELS발행 및 조기상환 증가에 따른 운용수익이 실적 향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회사는 상반기에 기업공개(IPO) 주관 부문에서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상반기 증시에 상장한 21개 기업 중 8곳의 주관 업무를 맡았고 상반기 최대어로 주목됐던 넷마블게임즈 상장 주간사로 활약해 15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
삼성증권은 2분기에 영업이익 881억원, 당기순이익 667억원을 올렸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29.5%, 27.2%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한 12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2015년의 2559억원을 넘을지 하반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사의 영업시너지 효과를 거둬 IPO(기업공개) 영업부문에서 약진한 것이 큰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 24건의 IPO를 주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배 이상 늘었는데 이중 WM부문과의 협업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건이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반면 KB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회사는 17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동기 134억의 적자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1분기 108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이익이 1266억원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KB증권의 실적 감소는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의 매각과 관련한 특별손실이 발생한 일회성 요인이다. 이와 관련 약 1297억 원이 손상차손으로 인식돼 2분기에 중단영업손익에 포함됐다.
대형사 실적 못지 않은 중형 증권사
중형 증권사들의 실적도 크게 늘어났다. 이들 증권사는 대형사들과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법인 영업과 중소규모 기업금융, 자기매매 등의 수익 다각화로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분기에 창사 이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인 980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 같은 수치는 1분기 순익보다 21.3%,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등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과 4월 자회사로 편입한 메리츠캐피탈의 뛰어난 실적이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2분기 72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85.15% 늘어난 879억원을 내면서 대형증권사에 비해 손색없는 실적을 과시했다. 이 회사의 경우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한 개인투자자 대상 영업과 채권 인수에 집중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85% 급증한 9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순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자기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가 상반기에 역대 최고 실적인 86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있어 그룹 내 비은행 부분인 신한금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약 659억원, 영업이익 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11%, 22.18%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작년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평가손실이 계속 반영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거둔 실적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도 상반기 580억원을 벌어 전년 같은 기간 334억원보다 73.8% 증가한 호실적을 기록해 2012년 이후 최고 반기실적을 기록했다. 증시 호황에 따라 각종 수수료 수익과 트레이딩 손익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67%을 달성하면서 올해 실적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