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의 아들도 아버지의 전력을 밟아 가고 있었다. 공산당원, 군관학교 등의 엘리트 코스외에 미국과 러시아 유학까지 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은 좋은 쪽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아드님은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만하면 상해시장을 거쳐 중국 전체를 호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뭘 전공 할 계획입니까?>
"제가 듣기로는 러시아에서는 군사학, 미국에서는 경제, 경영 쪽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밀, 첩보 쪽이 될 수도 있겠군요?>
"러시아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을 먼저 가고 그런 다음에 러시아로 갈 것 같은데 그 전에 결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은 가장 빨라도 2017년 양력 8월 9일 이후 10월 5일 사이에 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결혼하면 좋은 아이를 낳는 것이 필수라 하겠는데 그 전에 좋은 배우자를 잘 만나야겠지요>
"어떻습니까? 세 아가씨 중에서는 누가 잘 맞겠습니까?"
아들의 명은 40세 이후 60년 크게 발복하는 운의 흐름이었으나 문제는 37세 이후 병신대운 10년이 천극지충으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기간에는 잘 될 확률은 10퍼센트도 안 된다. 90퍼센트 이상은 생불여사의 운명에 놓이기 쉬운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중국의 최고 권력자로 가는 문을 통과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세 아가씨는 그만한 복을, 아니 좋은 후손을 둘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좋은 후손이 태어나지 않으면 잘 나가고 있는 아버지가 벼락같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아들의 명에서 일시가 천극지충인데 대운에서도 다시 천극지충을 만나니 어쩌면 30대 후반 양력 6월 중에 총살당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조상지덕이 넉넉하고 좋은 후손이 태어날 때라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런 얘기를 박 선생에게 너무 고지식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방 여사에게 설명하면 방 여사가 알아서 소화하면 그만이었다.
<세 아가씨는 공무원, 그중에서도 의사, 공안, 군인이 잘 맞는 직업이고 그 다음은 은행, 전자와 기계 관련 회사에 근무하면 좋겠습니다. 모두 공주과라 할만하니 귀한 집 따님들이긴 하겠습니다만... 아드님이 워낙 큰 그릇이라 잘 맞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가씨들은 모두 의과대학을 나와 대학부속 병원에서 근무하는 예비 의사선생님들 이었다.
<방 여사께서 꼭 도와드리고 싶다면 짝수 해에 태어난 신(申)월 생 중에서 고르도록 하십시오. 세 아가씨는 일단 안 되겠습니다. 모두 상반기에 태어난 데다 큰 약점들을 가지고 있으니 자칫 자녀 잘못 낳으면 불행해지기 쉽겠습니다. 만약에 세 아가씨 중에서 고르겠다고 하면 방 여사는 관여치 말았으면 합니다. 불행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란 말씀이지요.>
이쯤 얘기해 두면 눈치껏 알아채리라 생각하고 입을 닫았다.
→ 58편에 계속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