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공범'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또 지난 대선 때 논란에 휩싸였던 '주적이 누구느냐'는 질문을 다시 꺼내들었다.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총력전에 나섰지만 실패를 맛봤던 보수야당은 고조화되고 있는 안보 프레임을 다시 앞세워 빼앗긴 정국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힘을 보탰던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보수야당과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기조연설을 들어보면 여전히 대화와 평화 구걸 타령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국제현실에 유독 문 대통령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의 대북지원을 결정한 것을 지목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한반도 신경제지도 또 신북방 경제비전 운운을 과연 국제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이러니까 미국의 최고 유력지조차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이라 대놓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류여해 최고위원 또한 "(문 대통령은)아직도 국민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북한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아직도 북한이 당신에게는 주적이 아닌가. 후보 시절 문 대통령에게 드렸던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서 드려본다"고 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정하는 타이밍도 북한이 가장 좋아할 시점을 골라서 하는 듯하다"면서 "즉각 대북지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역사와 국민은 문재인 정부를 우리를 죽이는 김정은의 공범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바른정당은 '빈손 외교'라고 규정하면서 "득보다 실이 컸다"고 비판했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잘 들어 보면 제재와 압박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이해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평창 올림픽 홍보를 위해서는 대화와 평화를 강조해야하고 북핵 해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단결된 제재 압박 의지를 강조해야 했다. 즉 같은 바구니에 담기 어려운 상충된 사안을 다루려 했으나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빈손으로 오게 되는 무개념 뉴욕외교가 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 지원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한 것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어떤 시기나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남북 상황을 고려해 시기 등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 인도적 지원인 부적절한 것을 방증 하는 것으로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매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국제사회 대북공조 강화를 위한 외교의 폭을 넓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무대에 무난하게 데뷔는 했지만 한반도 평화 당사자로서 적절한 연설이었는지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제재-압박-대화 병행'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국내에서는 대북 지원을 결정하는 모호한 태도는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며 세계가 강한 압박을 하는 현 상황에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제기했다.
그러면서 "확고한 안보태세, 현실을 직시한 일관된 대북정책으로 중국·러시아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가야 정부가 원하는 대화도 뒤따라 올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