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세무사는 갑씨의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가공경비 9억4000만원을 계상하면서 성실신고 확인을 엉터리로 했다. 무려 2억9200만원의 세금 탈루를 도운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이다. A세무사는 세무사법에서 규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을 의미하는 '직무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 B세무사가 운영하는 세무법인의 사무직원 을(乙)씨는 기장업체의 가공매입계산서·가공매출계산서의 발행을 중개·알선했다. B세무사는 사무직원에 대한 지도감독이 소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등록거부 2월' 처분이 내려졌다.
납세자들의 탈세를 조력한 세무사들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이들은 납세자의 세금신고 내용을 부실검증하거나 세무사 명의를 대여 해주는 등의 각종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 이른바 '탈세 조력 세무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세무사 징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세무사 징계 건수는 2012년 9건에서 2013년 33건, 2014년 37건, 2015년 85건으로 매년 증가세가 뚜렷했다.
작년에는 73건으로 소폭 줄어들었으며, 올해 7월까지 37명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내려진 징계 건수를 넘어섰다.
징계 사유로는 납세자의 탈세를 조력했을 때 적용되는 '성실의무' 위반이 237건(86.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무직원 관리소홀'로 징계 받은 건수는 14건(5.1%)이었는데, 세무사의 사무직원이 국세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했을 때가 일반적이다. '명의대여 등의 금지' 위반도 9건(3.2%)이었다.
문제는 대다수의 세무사가 과태료, 견책 등의 경징계로 그쳐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2012~2017년 7월) 동안 징계를 받은 세무사의 수는 274명이었는데, 중징계로 볼 수 있는 처벌은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등록취소 2건, 직무정지 98건, 등록거부 5건 등 105건이었다. 반면, 경징계인 과태료(161건), 견책(8건)은 무려 169건(61.6%)에 달했다.
이 의원은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는 세무사의 세무사법 위반에 대해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다스리고, 감독기관인 국세청은 세무사가 비리·비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